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4일 일부 재벌들이 양적인 확장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낸 것은 다시금 꿈틀거리는 재벌들의 몸집부풀리기 행보에 쐐기를 박겠다는 강력한 경고로 풀이된다.특히 김대통령의 발언은 4월에 국내외 기업에 지분매각키로 한 한국중공업 등 거대 공기업의 민영화와 현대그룹의 인수참여선언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대우차처리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경련 등 재계 단체와 현대 삼성 등 주요 그룹들은 김대통령의 「1·4 경고발언」에 바짝 긴장하며 진의를 파악하느라 부심하고 있다. 전경련 유한수(兪翰樹)전무는 『김대통령의 발언은 평소 말 한마디 한마디를 심사숙고하여 발언하는 스타일을 감안할 때 재벌들의 올해 경영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이는 재벌들이 국제통화기금(IMF)체제후 구조조정을 했다며 공세적인 경영으로 나오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공기업매각에 중요한 변수
김대통령의 발언으로 한중의 새주인 찾기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들었다. 이는 특정 재벌이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그널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사실 국내 재계판도와 덩치 등을 감안할 때 한중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는 재벌은 현대와 삼성 두 곳으로 압축된 상태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상위 재벌들의 한중 경영권 확보 전략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LG SK 등이 해외기업과 제휴하여 눈독 들여온 한국가스공사의 민영화 등 다른 공기업의 민영화에서도 재벌들의 진입장벽이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 대우차처리에도 영향
청와대가 재벌의 양적 팽창경영을 경고한 것은 대우차처리향방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우차 채권단은 그동안 미국 GM과 매각협상을 벌여 왔지만 최근 현대가 GM의 인수불가론을 주장하여 제동을 걸어 왔다.
현대는 GM이 대우차를 인수할 경우 첨단기술이전은 하지않은 채 한국이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며 반대의사를 밝혀 왔다. 현대는 이와 관련, 대우의 폴란드공장을 인수하겠다는 입장을 채권단에 전달했다.
청와대의 경고는 이동통신사업, 차세대휴대전화사업인 IMT-2000사업자선정 등과 관련하여 삼성 LG SK 등 골리앗 재벌들의 투자경쟁및 인수경쟁에도 파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재계는 김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다시금 관치경제를 초래하고, 기업활동을 위축할 수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의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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