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의 흐름을 알아야 돈이 보인다」새천년이 시작된 2000년 재테크성공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자금흐름의 향방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굵직굵직한 각종 경제변수로 인해 올 한해 변화무쌍한 대규모 자금이동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2월 대우채권 편입 수익증권의 환매비율 확대를 시작으로 4월 총선을 거쳐 7월에는 채권시가평가제가 실시된다.
2001년 새로운 예금자보호법 실시와 2차 금융구조조정을 앞두고 금융기관간 자금대이동도 가시화할 전망이다. 그동안 차분한 움직임을 보이던 금리와 환율도 내년에는 시장논리에 따라 요동을 칠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 압력이 가시화하면 통화당국은 언제든지 돈줄을 조일 태세다.
이에 따라 증시가 올해도 폭발장세를 이어나갈지,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단기성 시중자금이 어디로 흘러들 것인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어느해보다 치열하고 복잡한 「머니게임」이 전개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총선이 돈흐름을 바꾼다
4월 총선이 올해 자금흐름의 큰 물길을 결정짓는 가장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투자자들 대부분이 올해 투자계획 스케줄을 총선에 맞춰놓고 있는 분위기다.
총선을 전후해 통화정책이나 경제정책에 적지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팔짱만 끼고 있던 통화당국이 물가불안을 우려해 서서히 긴축정책으로 선회할 것으로 점쳐진다. JP모건 살로먼스미스바니 등 「달러대군」을 이끄는 외국 증권회사들도 최근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한국 정부가 총선전까지는 금리인상을 막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반기 금리인상을 염두에 둔 외국인들이 「바이코리아」 투자전략을 수정할 경우 주가는 물론 금리와 환율도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총선결과도 주목된다. 총선이후 정국양상에 따라 공기업개혁과 기업구조조정 등 미완의 개혁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는 물론 각종 경제운용의 성패를 판가름날 것으로 관측된다.
■춤추는 금리
전문가들은 금리 추이가 올해 자금흐름의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연초부터 자금시장은 금리와의 싸움을 벌일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지난해말 채권안정기금의 시장개입으로 억지로 한자릿수로 눌러놓은 금리가 연초 두자릿수대 진입을 시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물가불안 요인이 잠복중이다. 한국은행은 올 상반기 공공요금과 임금 인상 등이 집중될 경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는 곧바로 하반기 물가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벼랑끝의 경기를 살리고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실시한 저금리정책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한은은 올해 통화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물가안정에 두겠다는 각오다. 금융연구원 최공필(崔公弼)박사는 『빠른 경기회복과 인플레 우려때문에 금리는 상당폭 높아지는 추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금리변동 위험에 대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기관간 자금대이동
금리변화와 채권시가평가제 실시 등으로 올해 또 한번 자금대이동 현상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2월 대우채권 지급비율(95%) 확대조치. 대우채권에 대한 환매제한조치가 실질적으로 모두 풀릴 경우 대규모 자금이 투신권을 탈출해 주식시장이나 은행으로 흘러들 것으로 예상된다.
뒤이어 7월에는 채권시가평가제가 시행된다. 채권시가평가제가 실시되면 시장금리의 변화에 따라 채권가치가 달라져 수익도 큰 차이가 난다. 채권시가평가제의 실시로 투신이나 은행신탁을 비교적 안전한 저축기관으로 생각하던 자금들의 이탈이 불가피하다.
2001년부터 원리금 2,000만원까지만 보호해주는 새로운 예금자보호법 실시를 앞두고 자금들은 안전한 보금자리를 찾아 나서게 된다. 특히 은행권은 2차 구조조정을 앞두고 적지않은 자금이동현상을 보이게 될 것이다.
금리추이에 따른 수익률변화도 자금이동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다. 대우경제연구소 신후식(申厚植)박사는 『하반기 금리상승이 이루어지면 자금은 은행의 확정금리상품이나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아지는 채권시장으로 U턴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결국 증시가 이끈다
올해 자금시장의 주도권도 역시 증시가 쥐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어떤 투자처에서도 증시에서만큼 수익률을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부동산시장도 여건이 성숙돼 있지 않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金成植)박사는 『증시가 활기를 띠고 있는 상황에서 유동성과 환금성이 떨어지고 수익률도 크게 기대하기 힘든 부동산에 시중자금이 대거 유입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증시여건은 지난해와 달리 탄탄한 경제여건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성장추세는 물론 국내 경기 회복과 기업구조조정 성과의 가시화 등으로 기업의 실적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함께 기관투자가들과 외국투자자들의 매수여력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도 주가강세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인석(申仁錫)연구위원은 『미래성장성을 토대로 한 벤처중심의 정보통신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주가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면서 『채권시장이나 부동산시장 등 다른 시장들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주식시장에 돈이 몰릴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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