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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한 상생 원년의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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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한 상생 원년의 소망

입력
2000.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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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마지막 냉전지대인 한반도에 화해의 봄은 찾아올 것인가. 여전히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해빙의 조짐들이 지금 나타나고 있는가. 아직은 미세한 단계지만, 새 천년 벽두에 일고 있는 일련의 변화 조짐들이 예사롭지는 않다. 반세기 분단현실이 너무 쓰리고 아프기에 대립과 반목, 갈등의 시대를 접고 화해와 협력의 시대로 전환하는 것은 7,000만 민족의 숙원이 된지 오래다. 더구나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50주년의 해다.남북한이 해마다 이맘때면 내놓는 신년사에서 우리는 항상 조그마한 가능성이라도 찾아 위안을 삼고자 했다. 올해는 유난히도 쌍방이 신년사를 통해 의미있는 시사를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먼저 북한의 3개 관영매체 공동사설에 이은 김대중대통령의 신년사가 약속이나 한듯 향후 남북관계 변화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다. 발아(發芽)단계로 보이는 이 소중한 싹을 적대적 대치관계에서 상생의 공존관계로 탈바꿈하도록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김대통령은 3일 신년사에서 남북경제공동체 추진의사를 밝혔다. 이를 위해 쌍방 국책연구기관간의 협의를 제의했다. 당국자간 접촉을 기피하는 북한에 대해 일종의 우회로를 배려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보다 장기적 안목의 남북협력이 이 제의의 속내다. 양측의 국책연구기관이 만나 협의할 내용은 단기적 지원보다는 북한의 경제재건에 관한 근본적인 것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앞서 북한의 공동사설은 경제 재건에 강한 집념을 나타냈다. 북한 역시 인민을 굶기지 않는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임이 분명하다. 비록 아직도 판에 박은 사상·총대(군사)·과학기술을 강성대국 건설의 3대 기둥이라 제시했지만 경제난 해결이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북한은 『우리의 경제형편은 의연히 어렵다』고 솔직히 시인했다. 수백만의 아사자가 생겨도 사회주의 지상낙원 타령만 했을 뿐, 자신의 치부를 결코 드러내려하지 않은 전례에서 보면 파격이다. 우리가 이 공동사설을 주목하는 바도 바로 이 점이다. 보다 진실된 자세를 보일 경우 남쪽은 물론 국제사회는 북한의 기근사태를 더이상 방치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동사설이 또한 대북포용정책,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문제, 국가보안법 철폐 등을 거론하거나 상투적인 비방을 하지 않은 점도 생소하다. 우리는 이 모든 북한의 변화가 남북이 상생의 길로 가는 단초이기를 기대한다. 대북 인도적 지원과 이산가족 재회를 논의하기 위한 당국자간 접촉이 조만간 이루어지리라는 희망은 지나친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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