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CF·인물 패러디, 애드립식 개그, 스피디한 전개, 공연식 무대. 2일 오후 5시에 첫 방송된 MBC 「개그쇼 좋은걸 어떡해」는 요즘 코미디에서 유행하는 경향을 집대성하면서 그 병폐까지 고스란히 보여준 프로였다.80여분 방송되는 동안 돌출한 각종 방송·CF 패러디들은 셀 수가 없었다. 「우정의 무대」를 빌린 「신 그리운 어머니」, 「구성애의 아우성」을 변형한 「서성애의 야우성」, 「생방송 퀴즈가 좋다」에서 따 온 「녹화방송 퀴즈가 좋은 걸」 등.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각종 방송 프로그램, CF, 인물 패러디들이 빗발쳤다.
물론 이 프로그램만이 이런 류의 패러디를 선보인 것은 아니다. 패러디 전략은 최근 코미디계의 안방마님이다.
텍스트를 뒤집는 패러디 전략은 관습적으로 인정받는 텍스트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며 조롱이다. 문제는 최근 남발되는 각종 방송·CF 패러디가 「텍스트 뒤집기」가 아니라 「텍스트 기대기」란 점이다. 풍자를 상실한 채 단순 모방으로 웃음을 구걸한다. 나오는 것은 통쾌한 웃음이 아니라 쓴 웃음이다.
이 점은 자신의 형식을 창조하지 못한 채 남의 형식을 빌려서야만 웃길 수 있는 현 코미디계의 문제점까지 드러내고 있다. 최근 유행어들이 코미디에서 나오지 않고 CF에서 등장하는 점도 생각해 볼 문제다.
이 프로는 또 코미디의 한 경향인 애드립을 가장한 개그를 통해 자연스런 웃음을 유도하려 했지만, 어설픈 연기로 부자연스러움만 낳았다. 「녹화방송 퀴즈가 좋은 걸」 코너 중 「어머니가 어물전에서 XX를 샀다」란 문장에서 XX에 고등어가 들어가면 웃기는지, 꼴뚜기기가 들어가면 웃기는지를 갖고 다툼을 벌이는 장면이 있다. 무슨 의도였을까? 이해가 안된다.
또한 빠른 전개로 긴장감을 유지하려 했지만 산만한 전개로 어수선함만 가중시키고 말았다. 여기다 공연식 무대에선 연기자들의 발음이 정확하고 커야 함에도 연습의 부족 탓이었던지 대사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점도 문제였다.
패러디, 애드립을 가장한 개그, 빠른 전개 등은 신선함을 던져 주지만, 웃음의 본령이 바로 섰을 때 제맛이 나는 양념들이다. 양념만으로 음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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