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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준의 '러시아 혁명사' 20년만에 새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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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준의 '러시아 혁명사' 20년만에 새옷

입력
2000.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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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대학에 갓 들어가 수험생 딱지를 뗀 젊은이들에겐 필독 도서란 게 있었다. 지금도 그렇기야 하지만 그때는 대학에서 신경 써 이것 저것 골라주지 않았고, 대학 밖이라고 그런 책 골라주는 체제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도 않았다. 당연히 『좋은 책이야, 읽어봐』 하는 사람은 선배였다.목록 가운데는 김학준(현재 인천대 총장)의 「러시아 혁명사」가 빠지지 않았다. 변혁의 시대였다. 혁명을 다룬 책이 그 추천 도서에서 적지 않았지만 그런 책들 중에서도 「러시아 혁명사」는 유별난 재미가 있었다.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였던 김총장은 79년 이 책의 초판을 내면서 『무수한 실개천과 냇물, 강하(江河)를 모두 흡수하면서 때로는 평원을 지나고 때로는 녹은 채 흐르고 흘러 마침내 도도한 장강의 형세로서 대해에 이른 형상』이라고 러시아 혁명을 표현했다. 그 재미났던 「러시아 혁명사」가 20년만에 개정·증보판으로 새로 선보였다.

사회과학서로는 22쇄 4만여 권이 팔렸던 이 책의 개정판은 1,000여 쪽으로 분량이 두 배 넘게 늘었다. 90년 이후 밝혀졌거나 새로 나온 자료를 추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라스푸틴의 사인(死因)에 대한 새로운 해석 등 새로운 견해와 러시아 최초의 혁명이라 할 데카프리스트들의 반란에서 보인 여러 사상의 형성과정, 1899년과 1900년까지 러시아의 거의 모든 대학에서 전개된 집단 시위 등 초판에서 소홀히 했던 부분을 보강했다.

김 총장은 또 지난 판에서 러시아 혁명 전개 과정을 레닌과 트로츠기, 스탈린 세 혁명가의 관계에 너무 기울어져 서술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에는 체르니세프스키, 플레하노프, 트카초프, 룩셈부르크 등 다른 혁명가들의 역할에도 주목했다. 또 혁명가들의 타도 대상이었던 차르 체제의 대응, 봉건 권력과 혁명 세력 사이를 오가며 이중 정보 역할을 했던 첩자들의 암약 등을 조명하고 있다. 러시아 혁명의 결과로 소비에트 국가가 세워진 뒤 혁명을 이끌었던 사람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는가도 살펴보고 있다. 김 총장은 90년 이후 8번 러시아를 방문하는 동안 이런 작업을 위해 레닌 부부, 스탈린, 룩셈부르크 등의 무덤을 두루 돌아본 현장의 기록들도 담겨있다. 문학과지성사 발행. 3만 8,000원.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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