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갇힌 세상엔 무슨 일이 있는지...■산이 움직여 주길 기다리는 사람들-찰스 핸디 지음, 서민수 옮김-산성미디어 발행, 7,800원
■순진함의 유혹-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김웅권 옮김-동문선 발행, 9,000원
「사람들은 영국의 경기가 되살아났다고 말한다. 철강 제품을 만드는 데 독일보다 더 많은 능률을 발휘하며, 자동차를 만드는 데도 일본인 만큼 잘 하고 있다. 좋은 현상에 틀림없다. 많은 부를 얻으면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더 많은 사람을 위해 일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거기에는 마땅히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부가 모인 곳에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목적 없는 부는 유치한 상업주의 말고는 아무 것도 아니다」.
우리는 어쩌면 목표가, 계획이 너무 많은 지도 모른다. 희망도 지나치면 절망스럽다. 새로운 해를 맞았다고 계획 세우기에 궁리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낡고 못난 걸 지워버리지 못하고 그 위에 탑만 올리면 무슨 좋은 공사가 될까?
영국의 경영학자며 경제평론가인 찰스 핸디의 「산이 움직여 주길 기다리는 사람들」(원제 Wating For The Mountain To Move)과 프랑스 산문가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순진함의 유혹」(원제 La Tentation De L'innocence)은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을 새롭게 돌아보도록 만드는 책이다. 일상이라는 견고한 껍데기에 작은 틈을 내고 그 바깥에 무엇이 있는지, 내가 갇힌 세상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사색하도록 만든다.
핸디의 책은 쉽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장점이다. 그가 BBC의 아침방송 「이 하루의 사색」에 나와 대중에게 들려준 이 이야기에는 개인의 행동과 책임에 대한 종교적인 성찰, 기업을 비롯한 조직생활과 사회의 문제에 대한 비판이 한 가지로 어우러져 있다.
그는 「조직체란 으레 사디스트가 우두머리로 앉아 있고 마조히스트가 그 밑에서 설설 기도록 만들어진 구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택권이 있다면 어째서 90%의 사람이 그런 우스꽝스런 공동체에서 일하는 것을 선택할까라고 되묻는다. 「최고의 조직체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 열성을 다함으로써 가장 바삐 움직이는 조직체인 반면에 최악의 조직체는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을 둔다」고 핸디는 지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초월해 매진할 수 있는 고상한 목적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그런 목적을 잃고 말았을 때 자기 문제에 매달리는 폐쇄적인 존재로 전락하는 것이다.
『무덤 너머를 생각하라』고 그는 말한다. 우리 스스로 생각하는 것 이상의 존재임을 믿고 자신을 발견하도록 땀흘려 열심히 노력하라고 그의 주문할 때, 그는 자신의 삶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독특한 재능을 우리가 타고 났다는 것을 믿고 있다.
프랑스의 주요 학술상 가운데 하나인 메디치 상 95년 에세이 부문 수상작인 브뤼크네르의 책은 거대 소비사회의 개인이 안고 있는 문제를 예리하면서도 분석적으로 짚은 글이다. 현대인들은 자기 행위의 결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병을 앓고 있다. 어떠한 불편도 감수하지 않으면서 자유의 혜택만 누리려는 경향을 그는 「순진함」이라 일컬었다.
그는 책에서 어떤 명분을 위해서도 자신을 희생시킬 수 없는 모래알 같은 개인, 저급한 오락과 소비에 눈을 돌리고 상승을 거부하는 대중을 비판하고 있다. 복지국가에서는 희생자의 편에 서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확산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래서 모두가 자신을 희생당하고 박해받은 자로 내세운다. 유고 사태, 공산주의의 종언이 우리의 일상에 주는 충격까지 그의 책은 핸디의 에세이에 비해 어렵지만 사태를 차근차근, 또 깊이 돌아보며 이해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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