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3일 밝힌 「새 천년 신년사」는 광속(光速)으로 변하는 「인터넷 시대」의 생존전략이자 발전전략이라 할 수 있다. 신년사에는 모든 분야가 언급됐지만 그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개념은 정보화와 지식사회로 압축되며 국정전략도 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특히 15쪽 분량의 신년사 중 정보화 관련사항이 12쪽을 차지한 데서 정보화에 비중을 두는 김대통령의 국정구상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김대통령은 『영토의 중요성은 격감하고 지식과 정보가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고 규정하고 국가구조, 국민의식을 정보화에 맞추는 일대 변화를 강조했다.
김대통령이 밝힌 재경·교육부장관의 부총리 승격도 조정·통할기능의 복원이라는 소극적 의미를 넘어 정보화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적극적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교육부장관의 승격은 입시제도 등 전통적 과제의 개선에 목적을 둔 게 아니고 교육제도 골간을 정보화 체제로 혁신시키겠다는 대계(大計)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또다른 주요 국정지표인 복지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실업수당을 주고 주택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사후적 복지조치」이지만 정보화 교육으로 국민 개개인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것은 「사전적 복지조치」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각급 학교에 초고속 통신망을 구축하고 컴퓨터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등 정보화 교육을 강화하는 조치가 인터넷 시대의 「사전적 복지조치」이며, 이를 포괄적으로 상징하는 것이 교육부장관의 부총리 승격이라는 것이다.
재경부장관의 부총리 승격은 경제정책 혼선이 조정자의 미비에서 비롯됐다는 자기반성에서 제기됐다. 여성특위의 여성부 승격은 국민의 절반인 여성의 인권과 인력을 경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부조직 개편은 그동안 표방해온 「작은 정부」와는 배치된다.
정부 관계자들은 『위상만 승격하지 조직이나 예산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하지만 현실적으로 조직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아울러 신년사가 정보화 시대의 생존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총선을 염두에 둔 배려성 정책들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는 비판도 있다.
근로자나 서민에게 주택자금을 지원한다든지, 주택건설 확대로 2002년까지 셋방시대를 종언시키겠다든지, 농어민 보증을 해제한다는 등의 조치는 복지와 선거용이라는 양면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새 천년의 국정구상을 담은 신년사에서 김대통령이 신당의 당위성을 언급, 이런 「오해」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부분적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신년사는 정보화라는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읽고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정보화가 신년사의 중심이 된다는 사실 자체가 국가와 국민의 시대 적응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제 정보화, 인터넷, 지식이라는 말이 국정운영에서도 화두가 되는 시대가 됐음을 신년사가 웅변해주고 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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