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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www 세상읽기] 서정주선생의 산 이름 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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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www 세상읽기] 서정주선생의 산 이름 외기

입력
2000.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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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은 떠들썩한 분위기 탓일까 많은 사람들이 건망증을 호소한다. 건망증과는 거리가 멀 것같은 10대들조차 그렇다. 학원 갈 것을 잊었다고도 하고 툭하면 『내가 방금 무얼 하려고 했더라?』한다.중년층은 숫자와 이름이 걸림돌이라고 털어놓는다. 늘 걸던 전화번호, 잘 알던 사람의 이름이 입 안에서만 뱅뱅 돈다고 한다. 신용카드와 이메일주소의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아 혼났다는 사람은 부지기수다. 아이들이 들으면 깔깔댈 일이지만 집어들었던 신문을 냉장고 속에 넣었다는 사람, 다림질하다가 전화벨이 울리자 전화기로 착각하고 다리미를 귀에 댔다는 사람들 얘기까지 들린다. 며칠 전 한 TV프로그램에는 전화가 오자 정말로 뜨거운 다리미를 귀에 대는 주부의 모습이 방영됐다.

물론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 약간의 기억력 감퇴는 각오한다. 수많은 의학정보가 인간은 나이를 먹으면 두뇌의 정보처리속도가 느려진다고 알려왔기 때문이다. 최근의 한 연구는 젊은 나이인 25살부터, 뇌의 신경세포들 사이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신경세포 연접부가 손상되기 시작해 55살이 되면 25%가 손상된다고 보고하고 있다.

자주 건망증을 경험하는 사람은 걱정이 많다. 『어느 날 내 집 전화번호까지 잊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 끝에 기억력 회복을 돕는 것으로 알려진 「징코」운운의 이름을 단 은행나무제제 약품을 사먹기도 한다. 비타민 C와 E가 산화방지제로, 뇌의 혈관을 열어 놓게 작용, 뇌 신경세포를 보호한다는 의학뉴스에 열심히 귀 기울이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알려진 기억력감퇴 방지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은 뜻밖에도 운동이다. 그것도 몸과 마음의 운동이다. 몸운동은 심장만 튼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몸 속에 있는 포도당같은 영양분을 뇌세포에 공급하게 만든다. 뇌의 신경세포는 체중의 2%일 뿐이지만 몸에 있는 포도당과 산소를 4분의 1이나 쓴다. 마음의 운동으로는 네 가지가 대표적이다. ①낱말 맞추기를 할 것 ②좋아하는 시, 연설문을 암송할 것 ③호기심을 만족시키는 책, 신문기사를 매일 읽을 것 ④자신이 안 쓰는 반대쪽 손을 연습시킬 것. 한때 시인 서정주선생이 열심히 세계 각국의 산 이름을 외운 것은 바로 두뇌의 운동이었던 것이다.

기억력 감퇴는 누구에게나 걱정스러운 일이다. 당장의 생활이 엉클어지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새 천년에는 지금보다도 인간의 수명이 더 길어진다니, 오래 살면서 새 세대에게 「짐」으로 남을까 큰 걱정인 것이다. 의학계에서는 새해들어 태어난 밀레니엄 아기들의 기대수명을 최소 120살로 예측한다. 한 노인학연구 사이트(agingresearch.org)는 『당신 앞에는 또 다른 50년의 생애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장수보다는 두뇌를 활성화시켜 삶의 질을 드높이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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