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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개발과 인수합병 '경쟁력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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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개발과 인수합병 '경쟁력의 비결'

입력
2000.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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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16일 저녁 미국 통신산업협회(TIA)의 99년 송년모임이 수도 워싱턴 DC의 레이건 기념관에서 열렸다. AT&T를 비롯, 벨 애틀랜틱, 아메리카 온라인(AOL) 등 내로라 하는 업계 관계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그런데 이 자리에 참석한 인사들은 한결같이 컬러 와이셔츠에 콤비를 받쳐입은 30-40대 청년이었다. TIA 관계자는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최고경영자(CEO)들은 40대 전후』라며 『요즘 신규 회원은 20대 후반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오늘날 미국의 정보통신업계가 세계를 이끌고 나가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미국의 젊고 유능한 인재들은 의사와 변호사 등 전통적인 하이칼라 직종 보다 「E-비지니스」에서의 성공을 꿈구며 컴퓨터 앞으로 몰려들고 있다.

미 교육협회(AEA)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95년을 고비로 대학진학적성검사(SAT)의 고득점자 출신이 정보통신관련 학과를 최고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정보통신업계는 지속적인 신기술 개발과 인수·합병(M&A)을 통한 경쟁력강화 등 2가지를 21세기의 전략으로 설정하고 있다.

PC 통신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AOL의 밀레니엄 경영전략을 보자. 90년대초까지만 해도 조그만 통신회사에 불과했던 AOL은 순익의 절반 이상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붓는 한편 과감한 기업합병을 통해 초고속 성장을 해왔다.

AOL은 98년 업계 4위인 컴퓨서브를 합병, 업계 최대기업으로 올라선데 이어 웹브라우저 회사인 넷스케이프마저 인수했고 홍콩지사를 설립, 아시아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도 마련했다.

그러나 이는 또다른 도약을 위한 준비운동에 불과하다는게 짐 모리스 국제담당이사의 말이다. AOL은 새 세기를 맞아 우선 15억달러를 투자해 컴퓨터없이 인터넷이 가능한 「인터넷TV」개발에 나섰다.

이를 위해 지난해 디렉트 TV, 휴즈 네트웍시스템, 필립스 전자 및 네트웍컴퓨터 등 4개사와 쌍방향 TV 개발협정을 체결했다. 또한 기간통신업계인 벨 애틀랜틱, SBC, 아메리테크 등과 고속통신 서비스 기술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AOL은 더나아가 인터넷 TV가 상품화할 경우에 대비, 아예 CATV업계에 진출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짐 모리스 이사는 『앞으로 통신시장은 인터넷, CATV, PC통신, 전화, 위성방송 등 각종 매체를 통합하는 이른바 「통합 통신서비스」를 선점하는 쪽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신기술·신제품 개발을 통해 시장지배를 강화해온 미국의 전략은 새 세기에도 한층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업계의 선두주자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상반기에 업무용 소프트웨어인 「오피스2000」을 선보인데 이어 하반기에는 차세대 운영체제(OS)인 「윈도우2000」을 내놓았다.

또한 데스크탑용 CPU 시장을 이끌고 있는 인텔은 지난해 펜티엄II의 후속제품인 「캣마이」와 버스 속도를 한차원 높인 500㎒ 이상급의 셀러론 시리즈를 잇달아 출시했다.

이들이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컴팩, 델, IBM 등 주요 PC업체도 이들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신형 저가 PC를 선보였다.

이들이 시장에 내놓은 신형 PC들은 고성능 셀러론과 32MB 메모리, 8GB대의 고용량 하드디스크를 고급사양을 갖추었는데도 가격이 1,000달러 안팎에 불과해 그간 미국시장 잠식에 큰 성공을 거둔 한국제품이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 정보통신업계의 또다른 트렌드는 기업간 인수합병(M&A)및 전략적 제휴 붐이다.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은 정보화 사회의 기간산업이라 할 통신업계의 재편현상. 현재 통신산업계에는 가히 「천하대란」이라 할만한 M&A 광풍이 휩쓸고 있다.

톰슨 금융증권사의 집계에 따르면 98년 이후에 성사된 세계 상위 11위까지의 M&A 가운데 무려 7개가 통신업계에서 이루어졌다.(표참조) 그중 굵직한 것만 추려보아도 MCI 월드콤이 스프린트를 1,290억달러에 인수했고 SBC가 아메리테크를 626억달러에 사들였으며 이에 뒤질세라 AT&T도 미디어원 그룹을 605달러에 합병했다.

이는 통신사업자가 같은 통신사업자를 M&A한 것이지만 최근에는 통신업자가 인터넷서비스 공급업자(ISP)를 인수해 사업종합화를 꾀하는 추세가 급격히 일고 있다.

MCI에 인수된 월드콤이 96년에 미국 최대의 ISP인 UUNET을 합병한 것을 시작으로 지역전화사업자인 TCG는 98년 CERFNet를 인수했고 텍사스에 근거지를 둔 장거리전화사업자인 IXC콤은 지난해 PSINet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또한 시내전화사업자인 ICGC도 ISP온라인콤을 지난해 인수했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 칼럼니스트인 닉 샌더스는 『인터넷이 일반화하면서 전화시스템 위에서 내트워크가 운용되는 체제가 머지않아 네트워크상에서 전화가 운용되는 시스템으로 변환해갈 것』이라고 말하고 『전화사업자들이 ISP업체를 인수합병하는 것도 이를 통해 인터넷과 전화망의 융합, 즉 통신 팩키지서비스를 갖춘 업자가 상대적인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는 분석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기술개발과 대규모 M&A를 통해 거대화해지는 미국의 정보통신산업의 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컴덱스 보면 정보통신 미래 안다

미국의 정보통신산업은 매년 봄가을 열리는 「컴퓨터 유통회사의 전시회」(COMDEX)를 통해 발전을 이룩해왔다.

지난 79년 이벤트회사인 인터페이스그룹에 의해 캘리포니아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시작된 컴덱스는 처음엔 참여업체 150개에 참관객도 4,000여명에 불과한 동네잔치에 불과했다.

그러나 95년 봄 재일교포 손 마사요시(한국명 孫正義)씨가 경영하는 소프트뱅크가 운영권을 인수하면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컴퓨터엑스포로 성장했다.

컴덱스는 이제 미국은 물론 세계의 한가락씩 한다는 정보기술(IP)업체가 총출동, 차세대 전략기재와 소프트웨어를 선보이는 종합경연장으로 탈바꿈했다.

업계는 컴덱스에 출품된 새 제품을 보고 IP산업의 흐름을 파악하고 새로운 전략을 세우고 있다. 컴퓨터업계에서는 아예 신제품 출시시기를 컴덱스에 맞추는게 상식이 됐다. 컴퓨터업계는 또한 컴덱스를 통해 새 제품을 선보이고 한발 앞서 표준화와 상용화에 성공하며 기반을 다졌다.

최초의 16비트 PC인 IBM PC 5150(81년), XT PC(82년), AT PC(83년), 애플 매킨토시(84년), 최초의 386PC인 컴팩의 데스크프로386(84년) 등이 컴덱스를 통해 데뷔했고 인텔의 X86계열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역대 MS-DOS 및 윈도우운영체제(OS)도 모두 여기에서 발표됐다.

정보통신 칼럼니스트 닉 샌더스는 『미국 컴퓨터업계는 컴덱스를 통해 경쟁적인 자극을 받으며 성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지난해 한국에서는 LG와 삼성전자만이 참가했는데 한국업체도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해야만 새기술의 흐름에 뒤지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정보화전략/미국] 이수동 STG사장 인터뷰

『뉴밀레니엄에는 전자통신관련 산업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

지난해 미국의 한인사회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가로 꼽힌 이수동(50·미국명 사이몬 리·사진) 소프트웨어 테크놀로지그룹(STG) 사장은 이렇게 「E-비지니스」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워싱턴 DC 지역에서 루슨트테크놀러지의 김종훈 사장, UTA의 김영구 사장과 함께 한국계 기업인 트로이카로 불리는 이씨는 『미 정보통신업계의 강점은 전세계의 우수한 인력이 미국으로 끊임없이 공급된다는 점과 경영자의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집념이 유난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또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공정경쟁이 가능하도록 제반여건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는 정부의 노력도 높이 평가해야할 것』이라고 평했다.

고려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30살때인 79년 도미해 MCI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근무했던 이씨는 86년 컴퓨터 보안시스템 컨설팅회사를 설립, 최근 5년간 23배의 매출신장율을 기록했다.

이씨는 지난해 중소기업청(SBA)이 선정하는 「올해의 중소기업인」으로 선정됐고 잉크매거진이 선정하는 500대 고성장기업중 105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고려대에 30만달러의 장학금을 쾌척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이씨는 『미국으로 유학왔던 우수 두뇌들이 한국의 열악한 연구환경을 탓하며 미국의 브레인으로 눌러앉는 것으로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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