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일을 시작한다. 온통 요란떤 새 백년, 새 천년 맞이도 지났으니 이젠 할 일을 생각할 때다. 온 인류가 일찍이 없던 화려한 밀레니엄 쇼를 벌인 것은 백년, 천년전에도 미지의 세계와 불안한 도전을 앞둔 의식(儀式)들이 특히 거창했던 역사의 반복이다. 세기말 혼돈이 유난했던 우리의 밀레니엄 맞이가 과분했던 것도 그런 맥락에서 보자. 다만 천체운행을 셈하는 약속을 잊고 성급한 잔치를 벌인만큼, 앞날의 준비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미래의 과제와 지침을 제시하는 신년 메시지는 숱하다. 인류 평화에서부터 민족 화합과 인간성 회복과 정보화·국제화 등등, 과제가 산적했다. 문제는 세상은 시시각각 바뀌는데, 우리가 다짐대로 외형과 실질을 함께 이루고 다져갈 수 있느냐다. 또 지금까지 해온대로 마냥 앞만 보고 흐름을 좇다 보면 우리 사회가 어디에 가 닿을지, 솔직히 낙관할 수 없다.
■새 천년은 너무 멀고, 새 백년도 계획하기 벅차다. 그래도 지금 사회를 이끄는 어른들이 활동할 10년, 20년, 길게는 30~40년 정도는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 백년을 진정 우리의 세기로 만들자면 그만한 대계(大計)는 필요하다. 지난 세기의 전환기를 헤매다가 국운이 기운 것을 기억한다면 총선이나 대선 따위를 넘어, 남북이 갈리고도 다시 여러갈래로 찢긴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개척할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겠는가.
■이럴 때, 역사와 주변을 거듭 돌아보라고 했다. 우리는 지난 세기 민족사상 가장 깊은 나락에 빠졌다가 겨우 다시 일어섰다. 처지를 과대평가하면 안된다. 19세기와 20세기 전반을 제패한 영국은 가장 화려한 밀레니엄 잔치를 벌이면서도, 과거의 취약한 유산을 새 천년 구호로 포장하지 말자고 경계한다. 모든 분야에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지 못한 과제를 고민하는 것이 올바른 새 백년, 새 천년 인식이란 얘기다. 우리의 새해, 새 백년 대계에도 분단극복과 사회전반의 민주화 등 못다한 숙제들이 맨 위에 올라야 한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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