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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독자에 바친 '상상의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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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독자에 바친 '상상의 1면'

입력
2000.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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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월1일자 1면이 만들어지고 난 다음 기자는 2000년 1월1일자 1면을 생각했다. 편집기자가 신년호 1면을 제작한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만일 내가 「천년의 얼굴」을 만든다면…. 이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기자에게는 천년시간이 줄곧 화두였다. 나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질까. 주어진다면 어떤 말과 어떤 사진으로 채워야 할까. 괜히 마음이 바빠지고 조그만 흥분까지 일었다.천년이란 어떤 시간인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불가측의 시간이 아닌가. 또 다시 천년이 흘러 3000년 1월1일의 아침이 온다면 신문은, 인류는 어디에 있을까. 생각이 생각을 일으키고 상상은 상상의 꼬리를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반짝하고 생각이 떠올랐다. 섬광보다 짧은 순간의 생각이었지만 그 순간의 생각에 난 종일 끌려 다녔다. 『어떤 제목과 어떤 사진이 천년의 무게를 떠받칠 수 있을까. 말하는 순간 구차해지고 표현하는 순간 진부해질 뿐이다. 차라리 비우자. 그 가능성의 공간을 독자들에게 바치자. 익숙한 관행과 결별하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로 가서 천년의 문을 힘차게 열자』 생각이 정리되고 긴 기다림이 시작됐다. 그리고 12월이 다가왔다. 기획안을 제출했다. 놀람과 충격이 있었지만 충분히 의미있고 해볼만 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12월31일 밤, 주사위는 던져졌다. 초조와 불안 속으로 내 일생에서 가장 긴 하루가 지나가고

하얀 1면이 강판되고 윤전기에 걸렸다. 1999년의 마지막 밤 윤전기는 힘차게 돌았다. 신문사상 가장 적은 양의 잉크를 소비하며 거대한 침묵의 1면을 뜨겁게 생산하고 있었다. 장엄한 천년의 아침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이주엽 편집부차장대우

bluebos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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