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망치로 맞아봤니?』 『돌로는 맞아 봤는데…』 『돌로 맞는 건 그래도 나아. 우리 아빠는 망치로 얼마나 세게 때리는데…』아버지에게 상습적으로 폭행당하다가 지난해 12월 한국어린이보호회에 맡겨진 재호(12·가명)와 승호(11·가명)형제. 형 재호는 임시보호소에서 자신의 체험을 동료(?)인 결손가정 아동들에게 스스럼 없이 말한다.
어머니가 재혼, 알코올중독 아버지와 함께 살아온 지난 1년간은 이들 형제에게는 악몽이었다. 이들 형제는 임시보호소에서도 줄곧 아버지를 「망치든 괴물」로 그렸다. 상담교사는 『재호가 보호소에서 아버지에게 배운 그대로 승호를 폭행했다』며 『이들 형제가 학대당할 동안 우리 사회는 눈과 귀를 막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동학대는 결손가정 자녀만의 문제는 아니다. 형우(6·가명)는 어머니의 콤플렉스 때문에 매 끼니마다 500㎖ 우유 한 통을 억지로 먹어야만 한다. 키가 작다는 것에 늘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어머니는 형우가 무조건 키가 커야 한다며 우유를 먹이고 잘 먹지않으면 가혹하게 때렸다. 보다못한 이웃의 신고로 어린이보호회 직원이 찾아가자 어머니는 『당신들이 아이의 키를 크게 해줄 수 있느냐』며 대들었다.
IMF이후 우리 사회에서 학대 받는 어린이의 수는 급증하고 있다. 한국복지재단에 접수된 신고건수는 1997년 91건에서 1998년 194건으로 대폭 늘어났고 1999년은 상반기에만 151건이 접수됐다. 이같은 통계는 「빙산의 일각」이다. 실제로는 50만명이상의 어린이들이 감시의 눈이 미치지 못하는 집안에서 학대앞에 방치되고 있을 것이라는게 재단관계자의 주장이다.
어린이들은 어른들처럼 단체를 조직하지도, 집단으로서 자기 목소리를 내지도 못한다. 어린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약자이다. 신고를 받아도 어린이 보호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
아동학대예방협회 이광문(李光文)사무국장은 『아동을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의식과 여성·노인보호에만 치중한 제도가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우리나라는 1991년 유엔의 어린이 청소년 권리조약을 비준, 어린이를 독립적 권리주체로 대해야할 의무를 지게됐다. 그나마 올 7월 시행을 기다리고 있는 아동복지법도 이제 겨우 학대방지를 위한 제도의 꼴을 갖춰 놓았을 뿐이다.
소년·소녀가장이 되어버린 아이, 결식 아동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한편으로 어린이는 어른들의 가혹한 상업적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착취당한다. 지난해는 어린이 23명이 「씨랜드 참사」로 희생됐다.
중앙대 아동복지학과 김형식(金亨植)교수는 『어린이를 우리의 미래라고 말하면서 경제개발과정에서 아동인권은 가장 후순위에 있었다』면서 『어린이들이 생존하고 성장할 권리는 당연히 사회가 보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천년에는 「부모에의 순종」과 「스승에의 존경」을 가르치기에 앞서, 어린이들에게 사람답게 살 권리를 찾아주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아닐까.
이동훈기자
dhlee@hk.co.kr
■[인권찾기 캠페인/학대받는 아이들] 인권지킴이 이은주씨
한국어린이보호회 피학대아동 임시보호소의 사회복지사 이은주(李垠周·28·여)씨는 『부모들로부터 「네가 뭔데」라며 욕설을 들으면서 매맞는 아동을 보호소로 데려올 때면 하는 일에 회의가 생기기도 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아동인권 지킴이중 한명인 이씨는 아이들의 부모역할에서부터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위한 치료사, 때론 폭력 부모로부터 아이들을 분리시키는 「구원자」역할도 한다.
이씨는 『아이들이 집에서 칼등으로 발을 찍히고 토한 것을 먹는 현실이 무관심속에 방치되고 우리 사회의 현실이 슬프기만 하다』고 지적한다. 이씨는 또 아동학대의 현실을 이해못하는 경찰 등 관련 공무원들의 비협조도 가슴 아파했다. 숭실대사회사업학과를 나온 이씨는 『임시보호소에 아동이 안들어오는 날이 가장 보람찬 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어린이보호회 피학대아동 신고상담전화 (02)336_5242.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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