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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옐친이 떤난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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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옐친이 떤난 러시아

입력
2000.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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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러시아 정국을 예측불허의 혼돈으로 몰고 다녔던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1999년 12월 31일 사임했다. 옐친의 돌발적 행동의 시리즈가 극적인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세계는 러시아의 정치적 변화를 이야기하며 2000년 아침을 맞았다.원래 오는 6월로 예정됐던 러시아 대통령 선거는 옐친의 사임으로 3개월이 앞당겨졌다. 그러나 옐친의 극적 사임은 이런 물리적 정치스케줄의 변경보다 더 큰 변화의 충격파를 국제정치 구조에 불러올 것이다.

옐친의 사임 결정을 보면서 우리는 그가 얼마나 능숙하고 시의적절하게 정치적 책략을 구사하는 인물인가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그는 지난 여름 새로 임명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를 그의 후계자로 선언했고, 국가두마(하원)선거를 통해 푸틴총리의 인기가 상승한 시기를 택하여 사임했다.

헌법에 따라 푸틴은 대통령권한 대행으로서 현직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대통령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이는 퇴임후 자신의 정책 계승과 신변 보장을 노린 옐친의 계산으로 볼 수 있다. 3월 대통령선거에서 공산당의 주가노프와 옐친정부의 총리를 지낸 프리마코프가 푸틴의 주요 경쟁상대가 될 것이지만, 일단 푸틴총리가 유리한 선거로 알려지고 있다.

47세의 푸틴은 서방세계에선 여전히 미지의 인물이다. 오랜 기간 KGB에 근무한 경험과 함께 조직 장악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푸틴의 인기가 그의 정치적 비전이나 세계관 보다는 체첸문제 강경노선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지지에 기인한다는 분석이고 보면, 과연 옐친의 선택이 건강한 것이었느냐는 의문을 던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의 변덕스런 행동에도 불구하고 옐친은 20세기 러시아의 진로를 바꾼 영웅이다. 9년전 강경 보수파들이 미하일 고르바초프를 연금하고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 했을 때 탱크 위에 올라서서 러시아에 민주주의 역사를 열었다. 그의 이런 용기를 20세기인들은 잊지 못할 것이다.

러시아는 가공할 전략 핵무기를 가진 나라이다. 따라서 러시아의 정치 및 경제안정은 21세기 국제질서의 안전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역사 문화 인구 국토등 어느 관점에서 보더라도 러시아가 제자리를 찾는 것은 중요하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한반도문제 해결의 조력자, 또 경제파트너로서 러시아의 위상은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러시아의 정치적 변화에 우리가 기울여야할 관심은 단편적이 아니며 다변적이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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