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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의 나라, 멋진 신세기를 만들자

입력
2000.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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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 1' 이 두숫자에 미래가 있다21세기의 한국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나. 우리는 60년대 이후 산업화를 위해 매진했고, 민주화를 이룩하기 위해 많은 희생을 치렀다. 이제 뉴 밀레니엄을 맞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국가발전전략을 짜야 할 시점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가장 중요한 항목은 디지털화이다.

디지털혁명은 19세기 산업혁명에 비견된다. 증기기관 발명으로 촉발된 산업혁명이 인류의 생활양식 전반을 뒤흔들었던 것처럼 컴퓨터기술에서 시작된 디지털혁명도 기존 가치를 뒤엎고 새로운 질서를 구축해 가고 있다.

■ 디지털이란 무엇인가

미국 MIT대 니콜라스 네그로폰테교수는 『세상의 모든 것을 0과 1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 디지털』이라고 정의한다. 문자뿐만 아니라 음성 그림 영상 등 모든 종류의 정보가 컴퓨터 상에서 0과 1, 이진수의 조합으로 전환돼 네트워크를 통해 자유롭게 교환되는 것이 디지털세상이다. 도서관의 장서, 위대한 석학의 번뜩이는 예지가 CD롬 한 장에 압축돼 공유된다. 디지털혁명은 그래서 정보혁명이다.

■ 디지털시대의 변화

디지털혁명은 국가 민족주의 하드웨어중심 등 산업사회의 특징을 글로벌화 탈민족주의 소프트웨어중심의 지식사회로 변모시키고 있다. 디지털은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을 언어에서 웹(web)으로 교체한다. 인터넷은 언어가 가진 물리적 장벽, 즉 시간·공간·금전적 제약을 초월해 전 세계인을 하나의 사이버공동체로 엮어낸다.

국경이 없어지고 세계는 하나가 된다. 정치분야에서는 전자민주주의(electronic democracy)가 구현된다. 사이버공간을 통해 직접민주주의의 형태인 토론과 주민투표가 가능해져 여론수렴이 빨라지 고 저비용 고효율의 정치가 정착된다.

기업활동에도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 대기업들은 경쟁력을 상실, 시장에서 도태되며 기발한 발상을 무기로 하는 소규모 벤처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사회적으로는「N세대」(net generation)가 기성세대인 아날로그세대를 대체한다. N세대는 사이버공간을 삶의 무대로 삼아 PC나 이동전화를 이용한 「접속」을 대면적 접촉보다 중시하는 세대다.

현재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이 디지털혁명을 이끌어갈 주역인 셈이다. 문화영역의 디지털화는 삶의 양태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고 있다. 이미 전자책과 CD롬이 종이를 대체하고 있으며 사이버 갤러리, MP3의 등장으로 음악과 미술의 전통적 감상방식에 파괴가 일어났다.

■ 디지털시대의 국가경쟁력

국가나 지역 간의 우열이 군사력 또는 양적 의미의 경제력에 의해 좌우되던 시대는 지나갔다. 21세기의 국제질서는 「핵우산」 대신 「디지털우산」에 의해 재편될 것이다. 20세기 한때 아날로그기술을 무기로 미국을 대체할 경제세력으로 주목됐던 일본이 이후 미국의 디지털기술에 밀렸던 것이 좋은 예다. 디지털시대에 조직과 나라의 경쟁력은 정보의 양과 질이 될 것이며 지식을 얼마나 빨리 얻어 체계있게 활용하느냐가 국가의 성쇠를 결정하게 된다.

「디지털 코리아」의 확립이 시급하다.

이재열기자

desper@hk.co.kr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다빈치에서 게이츠의 시대로

21세기 이상적 인간형

인간은 주어진 물적, 정신적 환경과 조건에 적응해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 났다. 환경변화에 따라 적응의 양상은 달라지지만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명제만큼은 변함이 없다. 21세기, 디지털시대를 경쟁적으로 장악할 이상적 인간형은 어떤 모습일까. 또 이상적 인간형은 지난 세기에서 어떤 변화를 겪어왔을까.

르네상스 이후 산업화 이전까지 근대 유럽역사에서 이상적 인간형은 「교양인」으로 통했다. 이 시대 엘리트들에게 중요한 자질은 다방면에 걸친 폭넓은 교양과 종합적 사유능력이었다. 그들은 학문과 예술의 향수자인 동시에 창조자였고 때로는 철학자, 심지어는 물리학자나 의사로서의 소질을 발휘하기도 했다. 승마나 검술 따위의 스포츠에 대한 조예도 중요한 덕목이었다. 회화 건축 수학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능력을 뽐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 전범으로 꼽힌다. 「르네상스적 인간」이라는 말도 그래서 생겼다.

산업화가 본격화한 20세기는 전문가가 신지배층으로 부상한 시대였다. 단순 반복적이고 분절된 컨베이어 벨트 상의 생산체제에서 「모든 것을 알지만 어느 것에도 완벽하지 않은」 교양인은 빈 껍데기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산업화한 환경은 자기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요구했고, 숙련도와 생산성을 기준으로 개인의 가치가 결정됐다. 기업가 변호사 의사등 전문직업군이 각광받기 시작했으며 교양의 범주였던 학문과 예술도 다양하게 전문화했다. 기술이 진보하면서 사람들은 「전공」 외의 분야에는 문외한일 수 밖에 없었다.

21세기 디지털시대의 화두는 정보혁명이다. 모든 정보는 디지털부호가 되어 인터넷공간에 올려진다. 이제 더 이상 머리에 담고 있는 지식의 양은 중요하지 않다. 정보에 대한 장악력이 문제다.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고 이를 습득해서 체계있게 정리한 뒤 적시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정보에 대한 열린 마음, 스펀지같은 흡수력이 디지털인간의 경쟁력이다.

나아가 디지털세계를 지배하는 덕목은 인간의 창조능력이다. 미국의 과학기술평론가 존 브록만은 『디지털시대에는 정보창출을 담당하는 지식계급이 파워 엘리트로 등장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다. 20세기에 다소 튀어 보였던 빌 게이츠가 이상적 인간의 전형으로 자리잡는 시대가 21세기인 셈이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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