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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강국 가는 길' 특별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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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강국 가는 길' 특별대담

입력
2000.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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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는 99년에 발간된 「생각의 속도」라는 책에서 21세기인간을 「화전민」으로 그렸다. 휴대폰과 노트북을 든채 일을 좇아 모였다 흩어지는, 그런 사람들을 의미한다. 21세기 디지털시대가 몰고 올 변화의 한 모습이다. 임혁백(任爀伯) 고려대교수와 김효석(金孝錫)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이 만나 21세기 디지털혁명시대를 조망했다. 이들은 각 분야에서의 디지털화 실현이 우리나라가 새천년 세계 일류국가가 되기 위한 발전전략이라고 말했다.임혁백교수=입체속도로 움직이는 정보가 전세계를 폭발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소위 디지털혁명입니다. 가히 생산과 유통, 소비과정에서 제3의 산업혁명이 일어나는 분위기입니다. 지금 세계시간은 20세기 산업화문명이 디지털문명으로 넘어가는 전환기적 시간입니다. 세계 인터넷 이용자는 99년 5월기준 1억7,000만명을 넘어서 2003년에는 7억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가 사통팔달의 인터넷망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사회로급격히 전환하는 양상이지요.

디지털 정보통신은 20세기적인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대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고 있습니다. 국가운영체계, 경제 및 사회체계에 전반적인 재구축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디지털한국이 나아가야 갈 방향은 무엇이고,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며 디지털혁명이 몰고올 부작용은 없는가, 있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를 심도있게 논의해야 할 시점입니다. 먼저 디지털경제에 관해 논의해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김효석원장=저는 새로운 세기가 우리에게는 정말 1,000년만에 오는 기회의 세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새로운 세기 우리의 캐치프레이즈를 「디지털 르네상스시대를 열어가자」로 정했으면 합니다. 역사를 보게되면 우리나라가 흥했던 때가 과거 고구려 광개토대왕시대였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 뒤 우리나라는 안팎으로 위축됐잖습니까.

새로운 세기가 왜 기회가 될까요. 디지털경제시대의 기본적인 원리는 바로 인터넷입니다. 전체 인터넷 총량은 사용자수에 사용량을 곱합니다. 99년말 현재 우리나라 사용자수는 1년 전에 비해 2배 가량 늘어 700만명 가까이 됩니다. 2년 후면 사용자와 사용량은 지금의 64배가 되리라 봅니다. 지식기반경제, 즉 인터넷경제에 한국인들은 대단히 맞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 민족은 인연맺기를 좋아합니다. 동창회 동호회 향우회가 잘 됩니다. 인터넷 하이텔이나 천리안에는 수많은 동호회가 있습니다. 사용자의 절반 이상이 동호회에 가입돼 있습니다. 이런 나라가 없습니다. 저녁때 서울 강남의 커피집에 가보면 모임이 많은데 거의 인터넷 관련 동호회입니다. 인터넷과 네트워크경제의 근간인 셈입니다.

앞으로 인터넷은 문화권 중심으로 재편될 것입니다. 한자문화권, 대단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바로 한국 중국 일본이 중심이지요. 이 중 우리나라가 가장 경쟁력이 있습니다. 디지털경제, 지식기반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창의성과 자주성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문화는 집단주의가 대단히 강합니다. 중국은 사회주의 경제체제라는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아시아권이 인터넷 중심국이 되면 우리가 인터넷 리더가 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지식기반경제 중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과 문화산업등 산업육성 차원에 관해 언급하겠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정보통신산업의 경우 GDP(국내총생산)대비 비율이 6.8%입니다. 규모는 아주 작습니다. 성장률의 경우 5년동안 전체 산업 평균 성장률이 4.3%입니다. 그러나 정보통신산업 성장률은 26.9%나 됩니다. 전체 성장률이 높아진 것도 정보통신산업의 성장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역 기여도도 전체의 절반이 넘습니다. 경제 자체가 이미 디지털경제쪽으로 상당부분 전환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 바탕은 정보통신기술입니다. 이를 통해 생산성과 시장 대응력을 높여 초일류기업이 되어야 합니다. 사람과 회사를 줄이는 양적 구조조정을 잘한다고 초일류 기업이 되는게 아닙니다. 질적인 프로세스의 혁신, 즉 생산성을 세계 일류기업 수준으로 높여야 합니다.

임교수=이야기를 돌려 정치입니다. 디지털시대의 정치는 전자민주주의입니다. 저는 인터넷혁명이 20세기 대의적 민주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하리라 확신합니다. 디지털 통신매체는 간접적인 국민의 지배라 할 수 있습니다. 가상공간에서 시민들이 직접 정치지도자와 대화를 할 수 있고, 공공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으며 전자토론장에서 공적 토론도 가능합니다. 이런 디지털민주주의는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우선 깨끗한 정치가 실현되겠지요. 인터넷 유세와 토론에는 돈이 들지 않기 때문이지요. 투명한 정치도 예상됩니다. 모든 정보가 공개되고 쌍방 유통이 가능해집니다. 고객만족의 정치도 예상됩니다.

부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전송(電送)정치의 문제입니다. 모든 정치가 인터넷 상에서 이루어져 진정한 정책논쟁이나 지도자의 리더십, 비전이 토론되기보다는 외향이나 스타일의 중요성이 부각됩니다. 즉 비정치적인 요소가 정치적인 요소에 침투해 대중의 기호를 만족시키는 정치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정보과다도 큰일입니다. 질적 향상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상호 모순된 정보를 소화해내기란 어렵다는 것이지요.

김원장=이론적으로 좋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인터넷시대가 되면 정치가 어떻게 바뀔 것인가 하는 문제와, 실제로 이를 어떻게 구현해나가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분야의 개혁을 위한 수단 중 하나가 인터넷 활용입니다.

최근에 발생한 옷로비의혹 사건 등은 국정관리시스템 상의 오류로 인해 빚어졌다고 봅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같은 사건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일 어업협정문제를 보세요. 당시 정부는 정책결정과정에서 국민의 여론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인터넷 활용을 통해 해결이 가능합니다. 정책입안때부터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채널을 가동해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인터넷으로 대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국민서비스문제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습니다. 가령 차를 살 때 이 기관 저 기관을 돌아다니며 매번 제출해야 하는 주민등록등본도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하면 간단히 해결됩니다. 관건은 정부의 의지입니다.

임교수=디지털사회는 네트워크사회의 출현을 의미합니다. 미국에서도 새천년 주요 전략은 「네팅 아메리카」입니다. 정부공공기관 기업 대학 도서관 가정을 거대한 통신망으로 연결, 사회적 경쟁력을 향상시키자는 취지입니다. 결국 사회통합성 제고가 목표입니다. 우리나라도 「네팅 코리아」를 구축하면 경쟁력 향상과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문제는 「디지털 분열」입니다. 지식정보 소유격차가 심화하고 국가나 사회계층 불평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식정보가 소득격차, 소득격차가 지식정보 차이를 더욱 벌려 놓을 가능성을 지적하는 부분입니다.

김원장=사회적 측면에서 평등 불평등은 동시에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긍정적인 면이 많습니다. 가령 살림에 치중하고 있는 여성들의 경우 재택근무가 가능해집니다. 장애인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젊은이들이 사회를 바꾸고 있습니다. 과거 젊은이들은 학생운동 등을 통해 국가발전에 일조했지만 지금처럼 세상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깨질 수 없는 구조가 깨지고 있는 것입니다. 불평등 심화부분은 정부가 앞장서서 해결해야 합니다. 정부는 특히 유니버설 엑세스(보편적 서비스)에 역점을 두어 컴퓨터를 보급하거나 전산망을 까는 작업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정보생활화운동」을 권장하고 싶군요. 기업과 농촌마을이 자매결연을 해 컴퓨터를 가르쳐주거나 내고장 컴퓨터보내기, 컴퓨터 농활 등을 벌이면 좋을 것입니다.

임교수=마지막으로 문화입니다. 21세기는 문화적 복합정체성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임으로써 동시에 자신의 문화적 정체를 지키는 이중적 과제가 대두될 겁니다. 왜냐하면 다양한 네크워크에 참여하려면 다양한 정체성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지요. 세계시민의 정체성를 보유하는 동시에 한국민족의 정체성을 가져야 합니다. 시민 정체성과 함께 직업 정체성도 보유해야 합니다. 민족문화를 세계수준으로 올리고, 세계문화를 받아들여 우리것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문화는 경쟁력 창조성 혁신성의 원천입니다. 문화유산을 보존할 획기적 전기가 마련돼야 합니다. 디지털혁명으로 정신적 문화유산에 대한 접근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21세기 문화정책은 창조적 미국입니다. 핵심은 문화의 보존이지요. 과거를 존중하고 미래를 생산하자는 것입니다. 우리도 예외가 아닙니다. 디지털시대에 소홀하기 쉬운 인문학과 예술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야 합니다.

김원장=우리의 관행이나 관습 중 버려야 할 것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에 대한 재해석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개인적 성향, 조급성 등은 오히려 디지털시대의 경쟁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잘 살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적 측면에서는 세계문화와 공생하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정보화 스카웃등을 도입하는 문제도 검토할 때입니다. 우리보다 낙후되어 있는 나라, 예를 들면 인도네시아 몽골 등에 컴퓨터 봉사단을 보내는 것 등이지요. 우리 문화 중 가장 큰 문제는 배타성입니다. 하지만 디지털시대에는 문화적 다원성을 가져야 합니다.

임교수=디지털혁명은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틀을 바꿀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디지털시대가 장밋빛 미래만을 약속하지는 않습니다. 정보 과부화와 새로운 전제정치 출현의 위험성도 있습니다. 세계주의와 종족주의 사이에서 민족적 정체성의 위기가 빚어질 우려도 있습니다. 우리는 디지털시대가 가져올 기회를 최대화하되 부작용, 즉 부정적 측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디지털한국을 만들어가는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임혁백교수

52년 경북 경주출생

서울대 정치학과,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박사

미국 조지타운대, 듀크대 객원교수

미국 국립민주주의재단 초빙연구원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현)

김효석원장

49년 전남 장성출생

서울대 상대, 미국 조지아대 경영학박사

중앙대 경영대 교수, 중앙대 정보산업대학원장

정보화추진 자문위원회 이사(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현)

정리=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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