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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도.이하늘.윤희중.업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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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도.이하늘.윤희중.업타운…

입력
1999.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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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의 2000년 프로젝트는 힙합이 책임졌다. 연초 발매돼 소리 소문없이 10만장 넘게 팔린 「1999 대한민국」의 후속앨범 「2000 대한민국」은 한국적 힙합의 토양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표출된 음반이다. 이현우의 「꿈」을 통해 국내에 힙합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블랙 뮤직의 대표주자 김홍순, 「1999 대한민국」을 공동기획했던 양창익, 본격 힙합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그룹 허니패밀리가 프로듀서로 참가했다.「D.O」라는 랩퍼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 「듀스」멤버 이현도, DJ D.O.C 출신의 이하늘, 그리고 토착 랩퍼로 유려한 랩을 구사하는 실력파 래퍼 윤희중, 업타운, 드렁큰 타이거, 디바, 허니 패밀리 등 래퍼 56명이 참가했다.

타이틀 곡 「비상(飛上)」은 멜로디 중심의 웨스트 코스트(미서부)스타일의 랩이 아니라 가사와 비트를 중시하는 이스트 코스트(미 동부) 스타일을 도입했다. 장중한 종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이 곡은 강한 비트와 스트링 연주, 그리고 공격적인 랩으로 한국적 랩의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한다. 박자를 세분화한 「영혼 그동안 모두 빼앗겨온/다시 찾기 위해 함께 잡은 마이크로 폰」으로 시작되는 가사는 한국을 미국과 일본의 일본의 식민 문화로 규정하고, 당당히 우리 문화의 주체로 삼자는 공격적 내용을 담고 있다. 8개의 팀이 각각 자신이 부를 부분의 랩을 만들어냈다.

옷로비 사건을 풍자한 「죄송합니다」 는 부제 「제가 몸이 아파서…」는 한국사회를 풍자한 가사에 풍성한 사운드, 미끄러지는 듯한 비트, 수준높은 윤희중의 랩이 어우러져 또 하나의 히트곡이 될 가능성이 큰 곡이다.

댄서 11명, 래퍼 11명 등 모두 22명의 멤버중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개리, 디기리, 길 세사람이 뭉쳐 만든 그룹 속의 그룹 「리쌈 트리오」의 공식 데뷔곡격인 「풍류가(風流歌)」, 언더그라운드 힙합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주석(JOOSUC)」 의 「정상을 향한 독주」, MP3로 음반을 냈다 주목을 받은 그룹 O.D.C의 히트곡 「천년의 꿈」등이 돋보인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주제곡 「Over The Rainbow」의 주제곡을 샘플링한 「TEAM」의 「소망」, 산울림의 히트곡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거야」를 샘플링한 「DOPE BOYZ」의 「우리것」 등 13곡의 힙합은 힙합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까지 흡수할 만큼 한국적 멜로디와 세련된 비트가 돋보인다.

개운치 못한 소식 하나. 「2000 대한민국」 이 프로젝트 말고도 이미 같은 메목의 음반이 나와 있다. 댄스음악 작곡가인 김형석씨가 주도한 「2000 대한민국」 이 또 하나. 제목이 같은 이유는 「2000」 「대한민국」이란 고유 명사가 어느 특정인의 소유가 될 수 없다는 유권해석에 의한 것. 후발 주자라고 하더라도 이 이름을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유승준 박진영 김진표 등 스타 중심으로 꾸민 김형석씨 중심의 「2000 대한민국」과 이 프로젝트 중 어떤 랩과 힙합이 힙합팬들로부터 호응을 얻을 지는 아직 미지수. 그러나 똑같은 음반 제목을 두고 서로 다른 두 집단이 음반을 낸 것은 「2000 대한민국」이라는 「시의적 제목」을 서로 차지하려는 이기가 맞물린 것이어서 씁쓸하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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