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비기(Biggie)가 살아왔나.190㎝, 140㎏에 육박하는 거구 래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 72년 뉴욕 브룩클린에서 태어난 그는 몸집만 큰 게 아니었다. 25세로 요절하기 전까지 그는 거구에서 울려나오는 부드러우면서도 웅장한 저음의 랩으로 동부 힙합의 대표로 인정받았다. 「빅 파파」 「비기」 등의 애칭으로 불렸던 그는 퍼프 대디와 함께 활동하다 첫 앨범이자 마지막 앨범인 「Ready To Die」를 발표하면서 200만 장이 넘게 팔려나가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랩과 농구가 유일한 합법적 취미인 빈민가 흑인들에게 비기는 신화였다. 그가 사망한 것은 97년 3월 9일.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총격으로 그는 세상을 떠났다. 고작 나이 스물 다섯. 이후 발매한 2집 앨범 「Life After Death」는 현재까지 800만 장이 넘게 팔려나갔고, 퍼프 대디의 유명한 히트곡 「I'll Be Missing You」는 비기를 추모한 곡이다.
비기의 세번 째 앨범 「Born Again」은 죽은 후 두번 째 나온 음반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화려한 게스트를 영입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상업적 의도」를 의심케 하지만 그럼에도 비기가 생전에 만들어 놓은 노래를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첫 곡인 「Born Again」은 정상급 랩 그룹인 「Dr. Dre」가 발굴한 백인 래퍼 에미넴의 고급스런 랩으로 비기의 부드러움이 그대로 묻어난다.
「노 노 노 노 노토리어스」의 가사가 귀에 익었을 것이다. 영국 그룹 「듀란 듀란」의 86년 히트곡 「Notorious」를 샘플링 한 「Notorious B.I.G」는 퍼프 대디와 여성 래퍼 릴 킴의 매력이 살아있다. 미시 엘리엇, 나시, K-Ci&JoJO 등 화려한 래퍼들의 동부랩은 세련됐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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