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경제의 양대 화두(話頭)는 「재벌 구조조정」과 「주가」였다.부채비율 200% 감축 및 사업영역 재편을 강도높게 요구하는 정부와 이에 반발하는 재벌간 팽팽한 신경전이 지속됐다. 올해는 또 「초등학생까지 주식투자를 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주식열풍이 불어닥친 한해였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해였던 만큼 독특한 언사도 쏟아졌다.
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장은 『500마리 기러기편대 중 병든 기러기가 50마리나 되면 도저히 안고갈 수 없다』며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덕구(鄭德龜)산업자원부장관도 『한국경제는 뼈대 굵은 몇몇 대기업에 의해 간신히 지탱되는 골다공증 환자와 같다』고 비유했다.
「재벌개혁」의 선봉장이었던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도 큰 관심을 끌었다. 그는 올해초 『각종 제도로 이제 재벌기업들을 꼼짝 못하게 잡을 울타리를 모두 쳐놓았다』며 「울타리론」을 피력한 이후 줄기차게 재벌기업들을 몰아붙였다.
최근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사회에 초청연사로 참석, 『앞으로도 운명을 걸고 투명경영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정부에 앞서 (금융)시장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결코 공갈협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올해 최대 관심 기업은 단연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를 깬 「대우」였다. 지난달말 김우중(金宇中)전 대우회장이 해외유랑의 길목에서 대우 임직원들에게 띄웠던 작별 서한은 기업들에 총수 독단의 황제경영은 결국 좌초할 수밖에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겨줬다.
김 전회장은 『용인되지 않은 방식으로 접근하려 했던 위기관리 등 경영상 판단 오류는 지금도 가슴 아프다』며 『이제는 뜬 구름이 된 제 여생동안 모든 것을 면류관 삼아 온 몸으로 아프게 느끼며 살아갈 것』이라고 술회했다.
대우자동차 처리문제를 둘러싼 말들도 쏟아졌다. GM의 실사과정이 길어지면서 「대우차 가치가 더욱 떨어질 때까지 GM이 인수를 미루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GM관계자는 『화장실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아무리 빨리 나오라고 소리쳐도 「일」을 다마쳐야 나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가 「대우자동차의 폴란드공장만 인수하겠다」고 나서자 GM측은 『현대는 앙꼬만 빼 먹고 GM은 「앙꼬 빠진 빵」만 가져가라는 얘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재벌총수들을 검찰이 조사하는 일이 빈번해지자 한 재계 관계자는『별 일도 아닌데 총수들을 불러대니 앞으로 대검 중수부장실에서 전경련 회장단회의를 열어야 할 것 같다』고 비꼬기도 했다.
올해 경제계는 물론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주가」가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익치(李益治) 현대증권 회장은 연초 주가가 500선에 불과할 때 『종합주가지수는 연내 1,000, 3년내 2,000선을 넘어 6년 내에 6,000포인트를 돌파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29일 마감된 주식시장의 종합주가지수는 1,028포인트. 그의 예측이 올해만큼은 일단 들어맞았다.
주식시장에서는 기관과 외국인이 주가상승을 이끄는 「쌍끌이장세」가 새로운 용어로 등장했으며 코스닥시장에선 「묻지마투자」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종목을 가리지 않고 투자하는 사례가 확산되기도 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유승호기자 sh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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