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파리저널] '살인폭풍' 프랑스 우울한 세기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파리저널] '살인폭풍' 프랑스 우울한 세기말

입력
1999.12.31 00:00
0 0

지난주말 「살인폭풍」이 중부유럽을 강타한 이후 프랑스에는 새천년을 맞는 축제의 들뜬 분위기는 자취를 감췄다. 텔레비전과 신문에는 온통 폭풍과 기름유출로 인한 「흑조」소식뿐이다.전국 96개주중 60개주를 자연재해지역으로 선포하고 영국과 독일 등 주변국에 복구시설 지원을 요청할 정도로 프랑스 국토는 폐허로 변해버렸다.

350만 가구에 전력공급이 끊기고 남서지방의 열차운행은 중단됐다. 명소인 블로뉴와 뱅센느 숲의 나무 수십만그루가 뿌리채 뽑혀 쓰러졌다. 전기가 끊긴 수만 가구는 촛불을 켠채 새해를 맞아야할 형편이다. 전화선도 복구가 안돼 100만명 이상이 통화불능상태에서 지내고 있다.

철도와 가옥, 문화재 등의 피해액은 20억프랑(3,52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프랑스 보험회사연합(FFIC)은 폭풍으로 인한 보험금만 85억 프랑(1조4,9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귀중한 문화재의 훼손은 값으로 따질 수 없을만큼의 손실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12일 브르타뉴 해안에서 침몰한 유조선 에리카호의 기름 유출은 서부해안의 환경을 급속히 오염시키고 있다. 흘러나온 기름은 지난주말 시속 180㎞가 넘는 강풍에 밀려와 루아르 아틀랑티크 해안을 시커멓게 물들였다.

아름다운 해안선과 굴양식으로 유명한 이 해안 400㎞가량이 두터운 기름띠로 뒤덮인채 썩어가고 있다. 두동강이 나 해저에 가라앉은 에리카호에는 아직도 1,630만ℓ의 기름이 남아있어 흑조 현상은 더 확산될 전망이다.

이 지역의 굴양식업자와 어부, 그린피스 회원이 필사적으로 기름제거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이미 1만2,000마리 이상의 바닷새가 기름덩어리를 뒤집어쓰고 죽는 등 심각한 생태계 파괴가 일어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연이은 「세기말의 자연재앙」에 대해 야간 긴급각료회의까지 열어가며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워낙 피해지역이 광범위해 복구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바다와 육지에서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재해는 어쩌면 새로운 천년이 자칫 고통스러운 것이 될 수 있다는 경고처럼 느껴진다.

파리=이창민특파원

cm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