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해가 저문다. 천년고도 경주의 첨성대 너머로 또 한 번의 천년을 마감하는 태양이 저물고 있다. 우리의 선인들이 우주의 움직임을 헤아리던, 우주의 움직임과 어긋남 없는 조화로운 사람살이를 기원하던 천문대. 그 너머로 1999년의 마지막 해가 작별을 고하고 있다.오늘 지는 태양의 이름은 바로 영원이다. 아득히 우주가 열리던 날로부터, 신라인들이 9.17㎙의 화강석을 쌓아 올려 천문을 살피던 때에도, 그 후손들이 두번째 천년의 마지막 하루를 아쉬워하는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 누천년 계속될 시간에도 어김없이 떠오르고 질 태양의 이름은 영원이다.
이 유구한 시간의 흐름 앞에 겸손하고 겸손하라. 한 천년의 종언은 아쉽지만 영원한 우주적 시간에 비하면 그 얼마나 미미한가. 오늘 지는 해는 내일 또 다시 변함없이 환하게 솟아 올라 한반도와 지구의 구석구석을 비춰줄 것이다. 시간 앞에, 역사 앞에 겸손한 민족으로 다시 설 때 새로운 세기, 새로운 천년에 우리가 희구하는 평화와 번영은 찾아올 것이다. 내일 다시 떠오를 이 태양은 한민족의 새로운 도약과 전진을 밝게 비춰줄 것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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