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는 29일 국제통화기금(IMF) 이사회의 한국관련 토의결과자료를 배포하면서 굵은 글씨로 「IMF는 한국이 IMF를 사실상 졸업했다고 보고 있다」는 문구를 써넣었다. 15억달러의 잔여한도에 불구하고 한국이 더이상 IMF차관을 빌리지 않기로 한데 대해, 스탠리 피셔 IMF수석부총재가 「IMF프로그램은 2000년말까지 존속하나 자금측면에서는 한국이 IMF를 졸업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언급했고, 이로 미루어 한국은 실질적인 「IMF졸업국」이 됐다는 게 재경부의 설명이었다.하지만 IMF 원문자료 어디에도 「졸업」얘기는 없다. 오히려 추가적 재벌·금융 구조조정과 안정적 거시관리등 졸업생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주문과 권고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졸업국이 된 것일까.
사연은 이렇다고 한다. 정부측 인사가 추가자금 도입보류 방침을 IMF측에 통보한 후 『IMF돈을 더이상 쓰지 않게 됐으니 졸업으로 볼 수 있지 않은가』라고 얘기했고, IMF측은 이에 『우리는 졸업(Graduate)이란 표현은 쓰지 않는다. 다만 자금(차관)측면에서는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는 쓰지도 않는 용어에 대한 IMF의 제한적 유권해석을 근거로 「졸업」을 강조하고 나선 셈이다.
정부가 졸업을 선언한다고, IMF가 이를 묵인한다고 과연 IMF체제는 끝난 것일까. 100만명에 가까운 실업자가 생계에 허덕이고 있고 구조개혁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인데 과연 졸업 운운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알맹이없는 홍보는 국민들에게 거부감만 준다. 새로운 밀레니엄이 오기 전에 이런 폐습은 버리고 가자.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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