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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박두] 애나 앤드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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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박두] 애나 앤드 킹

입력
1999.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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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도, 매력도 없다. 할리우드로 들어간 홍콩배우 주윤발에게는 그 옛날 「영웅본색」 「첩혈쌍웅」 의 멋도, 여유도 보이지 않는다. 『할리우드를 지성을 상징한다』는 조디 포스터 역시 아름답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런 왕과 애나, 마치 맞지 않은 고전의상을 입은 불편함으로 56년 삭발의 율 브리너와 데보라 커의 뮤지컬 「왕과 나」의 향수를 되살린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그렇다면 「애나 앤드 킹」(감독 앤디 테넌트)은 캐스팅부터 실패한 셈이다.

서툰 영어에 신경 쓰느라 감정표현을 제대로 못하는 왕이 된 주윤발의 어색함은 카리스마는 넘치지만, 서양인 율 브리너의 이질감보다 훨씬 크다. 이런 느낌은 우리가 「주윤발」이란 배우에 너무나 익숙하고, 영화의 무대 역시 동양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서양인의 눈으로 보면 정반대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할리우드가 만든 동양소재의 영화가 그렇듯 이국적인 풍물기행을 즐기는 맛. 그래서 틈만 나면 화려한 궁궐과 사원과 각종 건축물들, 왕의 절대권력, 화려하고 비인간적인 풍속들을 보여주려 애쓴다. 그나마 대부분이 태국 현지촬영을 거부당해 말레이시아에 세운 거대한 세트라니. 할리우드의 돈과 호기심이 부러울 뿐이다.

19세기말 샴(지금의 태국)의 몽쿠트 왕과 왕궁의 가정교사가 된 영국여인 애나 레노웬스는 실존 인물이다. 그러나 영화가 살을 붙이고 상상력을 발휘한 그들의 이야기는 배타주의, 권위주의, 인권상실의 「이상한 나라」를 깨우치고, 위기에 처한 나라를 간단한 기지로 구해주는 위대한 한 서양여인을 찬양할 뿐이다. 사랑의 힘도 서양과 동양은 다르고, 인간생명의 존엄성도 마찬가지란 시각은 새로운 천년의 할리우드에도 유효하다는 얘기인가. 31일 개봉.

오락성★★☆ 예술성★★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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