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체제 2년차였던 99년의 한국경제 지표는 「신기록」의 연속이었다. IMF 원년의 부진에 따른 「기술적 반등」요인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절대치로도 놀랄 만한 성적을 냈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그러나 화려한 실적에도 역시 그늘은 있기 마련이다.▦금융시장의 대성공
단연 돋보이는 곳은 주식시장이다. 종합주가지수는 작년말 562.46에서 금년 1028.07로 「더블게임」을 만들어냈다.
주식시장 호황은 저금리의 산물이었다. 국고채유통수익률이 작년말 연 6.95%에서 올해(28일 기준) 9.03%로 높아졌지만 콜금리를 연 4.7%로 묶은 인위적 저금리정책은 금융비용절감을 통한 기업의 채산성호전과, 예금에 대한 주식투자의 상대적 수익률을 높여 돈을 증시로 몰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경상·자본수지의 이중흑자에도 대우사태가 환율하락억제의 「호재」로 작용하면서 원·달러환율은 지난해말(1,204원)보다 50~60원 정도 떨어지는 데 그쳤다. 그 결과 수출업체들은 막대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실물경기는 과속조짐까지
지난해 마이너스 5.8%를 기록했던 성장률은 올해 10%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경기호조와 소비증가로 지난해 400억달러를 넘었던 경상수지흑자는 올해 250억달러 안팎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이나, 큰 흑자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실업률은 작년말 7.9%에서 11월말 4.4%로, 실업자수는 170만명에서 97만명으로 줄었다. 금년도 신생업체수가 3만개를 넘어설 만큼 벤처열풍에 따른 신진대사도 활발했다. 그런데도 물가는 사상 최저수준인 0.8%에서 안정돼 적어도 올해 만큼은 성장, 물가, 경상수지의 「세마리토끼」사냥에 성공한 셈이다.
▦순채권국으로
작년 485억달러였던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고치행진을 연일 경신, 금년말 74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덕분에 우리나라는 만성채무국 지위에서 탈출, 연말 약 100억달러의 순채권(작년말 202억달러 순채무)을 보유하게 될 전망이다.
▦커지는 국민부담
기록적 실물회복의 뒤에는 늘어난 국민의 빚이 있다. 재정팽창을 통한 경기부양과 금융구조조정을 위한 공적자금투입으로 국채발행잔액은 작년말 46조6,000억원에서 금년말 65조원으로, 중앙정부채무는 71조4,000억원에서 90조원으로 늘어났다. 정부보증채무, 지방정부채무, 중앙은행채무등을 합치면 200조원에 달해 후손들에게 큰 짐을 안겨주게 됐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인위적 저금리정책을 위한 과잉통화, 계층간 소득불균형 확대등을 감안하면 내년 한국경제가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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