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전장을 방불케한다. KBS와 MBC가 인력과 기술을 총동원해 만반의 준비를 기울이고 있는 밀레니엄 방송 상황실. KBS 신관 5층 「KOREA 2000」 사무실과 MBC 10층의 「2000 TODAY」 회의실은 D데이가 다가오면서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20세기의 방송사상 최대 이벤트로 기록될 밀레니엄 방송에 방송사의 명운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가장 어깨가 무거운 사람은 밀레니엄 방송의 메인 MC들. KBS의 임성민과 MBC의 손석희는 31일 오후 4시부터 각각 32시간, 26시간 동안 다양한 국내외 프로그램을 이끈다. 임성민은 송지헌과, 손석희는 영화배우 심혜진과 공동 진행한다.
■ KBS 임성민
새천년을 여는 역사적인 방송의 현장을 지키게 돼 방송인으로서 엄청난 행운이라고 했다. 메인 MC로 결정되자마자 그녀는 「아리랑 난장」 등 20여개에 달하는 국내외 제작 프로그램 아이템 파악에 들어갔다.
방송을 이틀 앞두고 만난 임성민은 방송이 새천년의 희망을 줄 수 있는 매체라는 믿음을 시청자들에게 주기 위해 품격있고 강한 이미지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유분방하고 오락적 분위기는 최대한 자제할 생각이다. 그래서 의상이나 화장도 무게감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준비하고 있다.
『「KOREA 2000」은 새천년 준비위가 주관하는 광화문 축제 등 우리 프로그램이 국내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미국 등 전세계로 방송되기 때문에 멘트 하나 하나가 신경이 쓰인다』
그녀는 늘 생방송에 대한 자신감이 넘치는 진행자다. 아무리 대형 프로그램도 일단 방송에 들어가면 편해진다고 한다. 32시간 방송에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 그래서 요즘 송년회 모임도 피하고 체력을 비축할 정도로 밀레니엄 방송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다.
『방송은 한순간 실수하면 그것으로 끝이 나는 1회성 승부』라면서 스스로 후회없는 방송을 했다고 자부할 수 있도록 모든 능력을 쏟아 붓겠다고 말했다.
■ MBC 손석희
손석희는 아침 뉴스 진행자 자리도 내놓고 3개월간 밀레니엄 방송 준비에 전념해왔다. 베테랑 진행자지만 그에게도 26시간 방송하는 「2000 TODAY」는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2000 TODAY」는 영국 BBC 주관으로 전 세계 87개국 방송사가 생방송으로 시차에 따라 참여하는 세계 방송 사상 최대 이벤트.
MBC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출연하는 임진각의 「새천년 통일기원제 DMZ 2000」과 「안동 하회마을 신년하례회」 등 30분간 세계로 내보내는 MBC 제작 프로그램.
『45억명의 시청자가 새천년 첫 날에 우리 문화 프로그램을 본다는 생각을 하면 하나라도 소홀히 준비할 수 없다』는 그는 밀레니엄 방송에 임하는 의지와 자부심이 대단하다.
깨끗한 마스크에 차분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점이 장점. 분위기를 유도하는 멘트가 자연스러워 거부감이 없다.
『아나운서 생활 16년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쌓은 MC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해 만약 있을지도 모를 돌발 사태 등에 자연스럽게 대처하겠다』는 그는 『방송 내내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매 프로그램마다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재해 방송이나 대형 사건 등 장시간 프로그램을 진행해 본 경험이 많아 체력 은 걱정이 되지 않으나, 정신적 긴장과 함께 순발력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고 한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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