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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KBS, 이제 2천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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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KBS, 이제 2천년인데"

입력
1999.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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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KBS, 이제 2,000년인데…』 28일 오후 신년특집 「남희석 이휘재의 한국이 보인다」 녹화 현장. 남희석이 불만 가득한 목소리를 터뜨린다. 노골적인 불평이 터져나오자 현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 썰렁해졌다.발단은 핑클의 염색머리였다. 투시력을 가진 아이와 남희석 간의 투시대결 코너에서 분위기를 잡기 위해 뒤에 앉아 있던 핑클이 무대 전면으로 나오려 하자 머리색깔이 걸려 컨츄리꼬꼬를 대신 나오게 했다. 핑클 멤버 모두 부분적으로 노란 염색을 했지만, 그중 성유리의 앞머리가 전체적으로 노란 색이어서 문제가 된 것이다. 그러자, 남희석이 짜증을 확 내버렸다. 이어 무대로 나온 컨츄리꼬꼬의 신정환 역시 귀고리가 문제됐다. 제작진이 귀고리를 빼라고 하자 이제는 이휘재가 비아냥거리는 어투로 『KBS』 하며 불평한다. 신정환은 『잘못했어요 제가 뺄게요, 제가 무식해서요』라며 웃겨넘겼다.

녹화현장에서 보여준 이들의 불평은 복장규제에 대한 연예인들의 불만이 이제는 상당한 수준에 와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불만을 품은 상태에서 프로그램에 임하는 연예인들의 흡입력이 높아질 리가 없다. 핑클의 성유리는 투덜거리며 나중에 모자를 썼다. 녹화현장은 내내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이 작은 마찰은 사실 프로그램 제작진과 연예인간의 실랑이가 아니다. 그것은 대중문화를 바라보는 세대간 인식의 커다란 차이 속에 나온 파열음이었다. PC 통신에는 KBS의 복장규제에 대한 비난의 글이 연일 잇따르고 있다. 염색은 일반인도 스스럼 없이 하고 있으며, 자기표현 방식의 하나일 뿐인데 이것을 규제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란 주장이다.

현장의 제작진도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투덜대는 연예인을 달래야 하며, 항의하는 청소년들의 등살에 시달려야 한다. 신세대의 개성적 문화에 대한 포용력이 넓어졌다고 누구나 생각하고 있는 마당에서 머리염색 문제를 가지고 실랑이를 벌인다는 게 얼마나 소모적인 일이겠는가.

이런 불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KBS가 엄격한 복장규제를 고수하는 데는 또다른 세대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요즘 TV 오락 프로그램들이 아이들을 나쁘게 물들이고 있다고 믿는다. 조금만 염색이 된 연예인이 나오면 KBS에 항의한다. 어떻게 시청료로 먹고 사는 공영방송 KBS가 그럴 수 있느냐고. 머리염색, 남자의 귀고리, 노출된 의상 등은 아이들을 타락하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KBS 복장규제는 너무 난잡한 출연자들의 옷차림을 적절하게 막겠다는 의도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세대간 갈등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본격적으로 논의되어야할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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