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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99 증시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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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99 증시의 빛과 그림자

입력
1999.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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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증시가 지난 어느해보다 극명히 대비되는 「빛과 그림자」를 남기고 어제 폐장했다. 엄청난 양적 성장으로 IMF극복에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그만큼 많은 부작용과 과제도 남겼다. 불균형속의 지표개선으로 요약될 수 있는 올해 우리 경제의 면모를 그대로 반영한 단면도였다.올해 증시가 위기의 한국경제를 되살린 화덕이었다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종합지수 거래대금 시가총액등 시장규모가 사상최대로 성장하면서 실물경제의 젖줄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기업의 부채감축과 구조조정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제공함으로써 경제전반에 탄력을 불어넣은 대목은 자본주의체제에서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유감없이 보여준 것이다.

특히 코스닥시장이 우리경제의 미래가 걸린 벤처기업의 자금줄로 비약한 것은 가히 획기적이다. 물론 이같은 증시활성화는 정부의 인위적인 부양조치들에 의해 적극 유도된 것이어서 뒷맛이 개운치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조치들이 제대로 기능해 기대이상의 결과로 이어진 사실은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올 증시는 우리 국민과 기업들의 투자패턴에 근본적 변화를 일으킨 분수령으로 기록될 지도 모른다는 또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우선 토지 주택등 실물자산 선호의식이 크게 퇴색했다. 증권계좌수가 국민 6명당 1개꼴로 늘어난 가운데 시가총액이 국민총생산액(GNP)을 처음으로 상회했다.

미국 일본등 외국의 경우에 비춰볼 때 이는 분명 자본주의의 선진화과정이다. 주식의 투자방식이 직접투자에서 뮤추얼펀드등 간접투자로 대폭 이전된 것도 선진적인 형태로서 긍정적인 방향이다.

그러나 올 증시가 국가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긴 사실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 전국민이 주식광풍에 휘말려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이 사회전반에 스며들었고, 돈만 아는 한탕주의의 팽배로 건전한 직업의식마저 마비시키는 천박한 자본주의가 체질이 되었다. IMF의 국란와중에 바로 세웠어야할 개인의 자본 윤리와 기업의 도덕성이 주식열풍에 실종되다 못해 오히려 더 비틀리게 된 현실을 우리 모두는 깊이 자성해야 한다.

지금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정부당국의 증시 건전화대책이다. 외형위주로 키운 올해 증시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부작용들을 철저하게 재검토, 보완책을 강구하는 한편 장기적인 육성방향과 원칙을 확고하게 다져야 할 것이다.

/한국일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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