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많은 별들이 뜨고 지는 여의도. 10년 전 KBS 「왕룽 일가」에서 빛을 발했던 스타들이 다시 여의도에서 만났다. 24일 SBS 「왕룽의 대지」 시사회장. 박인환 최주봉 배종옥 등 주연급 탤런트 10여명이 2000년 1월1일부터 방송되는 SBS 주말극 「왕룽의 대지」 (극본 김원석, 연출 이종한)에 그대로 출연한다. 「왕룽 일가」 의 바로 그 작가와 연출가들이다. 시청자와 비평가들로부터 호평받았던 「왕룽 일가」 의 속편격인 「왕룽의 대지」에 다시 서는 주연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박인환(54)
담뱃대를 입에 문 채 철이 덜든 아들에게 방망이질을 해대던 우묵배미 마을의 고집쟁이 왕룽 박인환. 그는 「왕룽 일가」 를 끝내며 2부에 다시 만나자고 시청자와 약속했는데 그 언약을 지켜 행복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박인환은 시사회장에서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훔쳤다. 10년만에 속편을 하게 된 감격 때문이었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말이 있듯 솔직히 부담이 크다. 시험보고 결과를 기다리는 학생과 같은 심정이다』
10년전 사용했던 담뱃대며 소품들을 소중히 보관해 이번 드라마에 사용한 것만 봐도 그가 「왕룽…」 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갖고 있는 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89년에는 버스를 두번이나 갈아타고 제작 현장을 가야 했는데 지금은 중형차를 몰고 간다. 그리고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10년 세월의 변화에 대한 답이다.
수십년동안 연극판에서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 연기자이지만 대사 외우고 연기 연습하는 성실한 태도는 신세대들이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이다. 소탈한 서민상의 전형을 보여온 박인환은 이번 드라마에서 연기라는 한우물을 파며 우직하게 걸어온 인생, 바로 그 모습을 표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땅은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는 진리를 시청자에게 전하고 싶다』
▲최주봉(54)
『비즈니스 없는 예술은 음악 없는 뺑뺑이란 것 모르세요』 라는 대사가 흘러나오자 시사회장이 웃음바다로 변한다. 「왕룽일가」의 「쿠웨이트박」으로 늦깎이 스타덤에 오른 최주봉. 그는 「왕룽의 대지」 에서도 여전히 여자와 예술(춤)을 꿈꾼다.
초등학교 4학년이던 아들이 대학교 4학년이 됐다는 최주봉은 『워낙 「쿠웨이트박」이란 캐릭터가 시청자에게 강하게 각인됐지만 이번 드라마에선 다른 이미지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왕룽 일가」 의 시청자에게는 연속선상의 이미지로, 「왕룽의 대지」의 시청자에게는 새로운 형상으로 다가가야하는 이중의 부담이다.
이번 드라마에서 「절루박」 으로 변하는 최주봉은 『지루박이라는 춤을 하도 춰서 허리에 이상이 생겨 다리를 잘 못쓰는 캐릭터지요』
그의 변신 여부가 「왕룽의 대지」 의 성공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연기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하려고 한다. 10년 세월이 흐르는 것은 드라마 뿐만 아니라 내 자신도 그렇다』
최주봉은 드라마가 끝나고 난 뒤 「절루박」 은 아버지만이 연출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는 평가를 장성한 아들에게 받고 싶은 게 유일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배종옥(35)
「왕룽 일가」의 출연은 스물다섯, 연예계 데뷔 3년만에 거머쥔 행운이었다. 이제 서른다섯, 중년 여성이 됐다. 결혼해서 자식 낳고 어머니가 됐다. 그리고 이혼도 했다. 배종옥에게 참 많은 일이 일어난 10년이었다.
그녀는 『드라마는 사회적 책임이 있다. 요즘 드라마가 너무 가벼워지는데 「왕룽의 대지」는 의미있는 작품이라 생각해 다시 출연했다』 연기자로서 연륜이 묻어나는 대답이다.
그녀 역시 이 드라마에는 남다른 애정이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시작했던 미국에서의 연기공부까지도 중도에서 포기했다.
세월의 더께에도 불구,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예쁜 눈웃음이다. 그녀는 강렬한 캐릭터보다 평이한 역할을 누구보다 잘 소화해 낸다. 그래서 신세대 연기자처럼 하루아침에 스타덤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시청자의 사랑을 쌓아가는 스타일이다.
『종옥이는 이번에도 왕룽이 사랑하는 딸 역할을 성실하게 노력하며 연기해 낼 것』 이라고 옆에 있던 대선배 박인환이 말을 거든다.
원숙한 연기력으로 나이가 들면서 더 깊은 매력을 풍기는 외국 여배우들처럼 배종옥도 나이에 걸맞는 분위기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왕룽의 대지」 에서 10년 세월의 흐름이 어떻게 그녀에게 나타날지 궁금하다.
◇드라마에서 사랑 진실등 21세기에도 변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박인환.
◇새로운 캐릭터로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것은 연기자의 행복이라는 최주봉.
◇나이 들어감에 따라 연륜이 더해지는 연기자이고 싶다는 배종옥.
◇농촌이 도시화하면서 변해가는 인간들의 군상을 묘사해 낼 SBS「왕룽의 대지」.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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