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밀레니엄을 여는 경진년 용의 해를 축하하는 뜻에서 평생 모아온 용 판화를 공개합니다』. 고서화 연구가인 한국자료도서연구소장 김용수(金鏞秀·61)씨는 최근 한국일보사를 방문, 용이 새겨진 희귀 판화 50여점을 공개했다.김씨가 공개한 용 판화는 왕실이나 사대부 집안에서 만들어진 서화첩(書畵帖), 현판, 사주단자와 민간에서 유행한 부적, 불교경전 등. 그는 『용은 장엄하고 화려한 외양 탓에 수천년 전부터 왕권과 출세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고 설명했다. 그가 가장 아끼는 판화는 조선시대 정조임금이 자손을 혼인시킬 때 썼던 사주단자로, 옥새와 용 그림이 선명히 찍혀 있다.
개국공신이나 과거 급제한 조상을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만든 서화첩에도 용 그림은 빠지지 않는다. 지금도 등용문(登龍門)이라는 말이 남아 있듯 용의 비상(飛上)은 관직으로의 진출이나 과거 급제 등 입신출세를 상징했다고 한다.
김씨는 『용은 여의주의 조화를 부리는 경외롭고 신비한 존재였다』며 『권력층은 용의 권위와 신통력을 빌려 자신들의 통치력을 강화하려 했다』고 분석했다. 민간에서도 불교 경전을 찍을 때는 용을 밑 그림으로 흔히 사용했고, 조선 중기에는 철판으로 찍어낸 용 판화가 서민들의 부적으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김씨는 『용은 우리 민족과 함께 호흡해온 상서로운 동물』이라며 『경진년에는 승천하는 용의 기운을 받아 IMF를 극복하고 희망찬 미래를 맞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자』고 말했다.
고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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