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신문사가 오후6시께 발행하는 가판용 초판신문이 신문의 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한국언론재단 허행량(許倖亮)선임연구원과 황용석(黃勇碩)연구위원은 최근 신문의 초판시장을 분석, 「신문개성화 저해요인」이라는 논문을 펴냈다. 논문에 따르면 5월 한달간 9개 일간지를 대상으로 1-5면 종합면 및 정치면, 사회 1-3면의 초판기사 6,035건을 새벽에 발행되는 최종판의 기사와 비교한 결과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있었던 기사아이템은 42.7%에 달했다.
제목 기사량 중요도 내용 등이 수정된 경우는 18.3%, 기사가 아예 삭제된 경우는 15.2%, 지면이동이나 편집이 변화한 경우는 9.2%였다. 신문별로는 조선일보가 56.6%로 가장 많고 다음은 한국일보 51.9%, 동아일보 48.7% 순이어서 소위 메이저신문일수록 초판과 최종판 사이의 변화가 심했다.
특히 최종판에 새로 들어간 기사 가운데 다른 신문의 초판기사를 게재한 경우가 38.1%에 달해 신문사간의 초판참조가 심각한 수준임이 입증됐다. 최종판에 타지의 초판기사를 게재한 비율은 세계일보가 54.2%, 경향신문이 48.3%로 가장 높았다.
허 연구원팀이 심층인터뷰를 한 결과 신문기자들은 이같은 초판변화에 대해 긍정과 부정적 입장을 함께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들은 초판신문이 전체 편집내용을 점검하게 해주고 다른 신문과 비교해 낙종기사나 중요정보기사를 체크할 수 있으며 밤 사이 일어난 사건을 충실하게 반영할 수 있는 긍정기능이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반면 취재대상인 취재원이 압력을 행사할 여지가 있고 언론사간 논조와 내용이 서로 비슷해질 우려도 있는 등 신문의 개성화에는 쁜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었다.
허 연구원팀은 이에 대해 『미국에서 군소신문들이 뉴욕타임스와 AP의 주요기사를 받아쓰고 일본에서 조·석간이 서로 주요기사를 베끼는 등 외국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기는 하나 우리처럼 초판시장이 고정돼 있어 판갈이를 통해 신문이 밤사이에 서로 유사해지고 취재원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관행이 수용자가 세상을 보는 시각을 단순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 기능이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이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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