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뜬다. 서울 봉천동 산동네에 역사 속으로 묻혀갈 20세기를 아쉬워하면서 새로운 세기의 희망을 비춰주면서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관악산보다 높이 솟은 신축 고층 아파트단지. 그 주변에는 오랜 세월 이 곳에 깃들어 살아온 서민들의 재개발지역 주택이 있다. 아파트의 콘크리트기둥과 달동네 주택 지붕의 높이만큼 뚜렷이 구별되는 우리의 삶. 20세기 내내 인류는, 우리 한민족은 평등한 세상을 꿈꿔왔다.
기회의 평등, 법과 제도의 평등을 통해 사람을 키우는 사회, 성이나 계층의 차별 없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꿔왔다. 그런 유토피아에의 기획은 끊임없는 시행착오 속에 계속됐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다시 새로운 세기를 기다려야 한다. 꿈과 현실은 아직도 봉천동 산동네의 일출장면처럼 너무나 대비된다.
그러나 이 부조화스런 공생의 바탕에서 오히려 우리 희망의 구체적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사는 곳, 사는 모습은 서로 달라도 우리는 누구나 평등한 세상의 희망을 안고 살아간다. 그 희망이야말로 묵은 천년을 보내고 새 천년을 맞는 우리의 정신적 자산이다. 해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뜬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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