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니 인텔이니 또 아마존이니 하는 컴퓨터 하드·소프트웨어 생산기업, 인터넷 상거래 회사들이 미래를 이끌어 갈 기업처럼 여겨진다. 십 수년 전만 해도 이런 기업들은 존재하지도 않았거나, 있었다해도 말 그대로 「겨우 존재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앨빈 토플러는 그런 때 정보화가 잘 이뤄진 기업이 미래 세계를 좌우하리라고 예측했다. 「미래학」의 중요한 인물로 평가받는 그는 하지만 70년대 「미래의 충격」을, 80년대 「제3의 물결」을 내놓을 때까지도 「순진한」 학자정도로 여겨졌다. 강단 학자들은 「미래학」을 과학의 방법론을 갖지도 못한 「무늬만」 사회과학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8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토플러가 「제3의 물결」에서 내다봤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자 「미래학」 비판에 열 올리던 학자들은 침묵했고, 대중들은 경탄을 아끼지 않았다. 보수학자들이 섣불리 말하기 꺼리는 문제들을 때로 과감하게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경제전문지인 「포천」에서 기자와 편집장으로 활동한 그의 경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제3의 물결」에서 토플러는 사회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은 옛날처럼 교통수단이 아니라고 말한다. 바로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통신기술이다. 세계는 재화와 서비스를 이동하는 새로운 방식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으며 그것에 앞서가는 조직은 살아남는다. 통신기술의 발달은 정치, 경제, 사회는 물론이고 개인의 삶의 방식, 기업의 형태도 바꾼다. 재택 근무나 다국적 기업은 더욱 환산될 것이다.
토플러는 토지를 비롯한 자연물을 소유하는 것이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었던 농경사회를 제1의 물결이라고 불렀다. 제2의 물결은 건물, 공장, 자본등의 생산수단을 소유형태의 기본으로 갖는 산업사회. 제3의 물결은 형태를 눈으로 볼 수 없는 첨단기술과 정보가 중요한 소유형태가 되는 사회다. 그는 생산, 유통 등의 분야에서 이러한 경향이 먼저 나타나며 이 물결은 결국 사회를 수직에서 수평으로, 중앙집권 정치를 소규모 지방분권정치로 바꿀 것이라고 보았다. 우리는 그의 예지를 지금 눈 앞에서 보고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 [20세기 움직인 책] 목록
■꿈의 해석(지그문트 프로이트)
■일반 언어학 강의(페르디낭 소쉬르)
■존재와 시간(마르틴 하이데거)
■역사와 계급의식(게오르그 루카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경제와 사회(막스 베버)
■아Q정전(루쉰)
■옥중수고(안토니오 그람시)
■율리시즈(제임스 조이스)
■역사의 연구(아놀드 토인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마르셀 프루스트)
■고용 화폐 이자에 관한 일반 이론(존 케인스)
■이성과 혁명(허버트 마르쿠제)
■열린 사회와 그 적들(칼 포퍼)
■심판(프란츠 카프카)
■계몽의 변증법(테오도르 아도르노)
■제2의 성(시몬 보부아르)
■이방인(알베르 카뮈)
■1984년(조지 오웰)
■철학적 탐구(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역사란 무엇인가(에드워드 카)
■이데올로기의 종언(다이엘 벨)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
■야생의 사고(레비 스트로스)
■과학혁명의 구조(토머스 쿤)
■현상학의 이념(에드문트 훗설)
■그라마톨로지(자크 데리다)
■인식과 관심(위르겐 하버마스)
■이데올로기와 유토피아(칼 만하임)
■부분과 전체(베르느 하이젠베르크)
■소비의 사회(쟝 보드리야르)
■소유냐 삶이냐(에리히 프롬)
■제3의 물결(앨빈 토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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