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다큐 '도시이야기' 27일 방영『어, 이게 다큐멘터리인가? 뮤직비디오인가?』
27일 오후 10시 KBS1 TV에서 1부가 방송된 다큐포엠 「도시 이야기」는 그동안 보아왔던 다큐멘터리들과는 색다른 정서와 색채, 기법을 담았다. 뮤직비디오 같기도 하고 단편영화 같은 다큐멘터리.
1부 「일상의 거리에서」는 동대문시장의 여성 디자이너와 전자회사 수출팀에 근무중인 한 샐러리맨의 모습을 담았고, 2부 「빌딩 숲에서 꿈을 꾸다」는 성공을 향해 달리는 펀드매니저와 빈궁한 삶을 연극무대를 통해 달래는 단역배우의 삶을 대조한다. 건조한 빌딩 숲에 사는 도시인들의 정서를 담아내겠다는 것. 그러나 기존의 다큐처럼 등장인물의 일상을 날 것 그대로 실어나르지 않는다. 다양한 영상효과, 시, 음악, 도심의 소리 등을 통해 도시인의 정서를 이미지화한다.
스탭 프린팅 기법으로 영상을 뭉개고 흘리며, 고속촬영으로 이미지를 증폭시키고, 스틸사진을 통해서는 단절적으로 이미지를 전개시켜 나간다. 이런 것들은 속도와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변주시키는 왕가위식 영화에서 많이 본 것들이다. 이런 영상기법이 다큐멘터리에까지 도입되었다는 점이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에 대한 관습을 깨버린다. 도심 속에서 비상하고픈 디자이너의 꿈을 표현하기 위해 종이 비행기가 도심 속을 활공하는 모습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한 장면이 인상적이다. 컴퓨터 그래픽이 사실적 재현이 아니라 영상미를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점이 놀랍다.
연출을 맡은 송재헌 PD는 『다큐멘터리의 사실성(리얼리티)에 영화적 표현력과 상상력을 접합시키려는 실험적 시도』라고 밝혔다. 그 이면에는 또한 『80년대 확립된 기존 다큐멘터리의 표현 형식에 젊은 다큐인들이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깔려 있다. 다큐가 항상 회색톤의 밋밋한 화면에 등장인물의 일상을 단선적으로 뒤따라야 한다는 법은 없다. 다채로운 영상기법과 구성을 통해 도시인들의 정서를 적절히 표현해낸다면 그 또한 일상의 사실성을 건져내는 것일테다. 그런 점에서 송PD의 말처럼 『어디로 향해 갈지 모르지만 분명 의미있는 첫 발걸음』이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특정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작위적인 연기를 하는 대목이 다큐에서 허용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다큐의 생명인 현실의 사실성이 남발과 과도한 이미지에 대한 집착으로 분산돼 버릴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 /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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