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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기술력 선진국비견 노벨상도 곧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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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기술력 선진국비견 노벨상도 곧 가능"

입력
1999.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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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과학혁명의 시대라고 한다. 지난 1,000년의 과학적 발전을 뛰어넘는 진보가 앞으로 100년동안 일어날 것이며 인간의 삶이 획기적으로 풍요로워지리라는 예측이다. 우리 과학자들은 이 혁명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유난히 굵직굵직한 연구성과가 신문 1면을 장식했던 올해가 우리 과학이 세계와 겨루는 원년이 될 수 있을까. 국내 첫 송아지 체세포복제에 성공해 생산성 뛰어난 슈퍼젖소를 대규모로 출산시킬 예정인 황우석(서울대)교수, 에이즈DNA백신 개발로 인류의 숙원을 풀 날을 앞당긴 성영철(포항공대)교수, 우리 은하형성의 새 가설을 네이처지에 발표했고 미 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천문학의 난제 우주나이 문제를 밝혀낼 이영욱(연세대)교수가 우리 과학기술의 현주소를 정리하고 나아갈 바를 전망했다. /편집자주

참가자:황우석(黃禹錫)·서울대 수의대 교수

성영철(成永喆)·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교수

이영욱(李英旭)·연세대 천문학과 교수

사회:배정근 한국일보 생활과학부장

장소 : 21일 상오 10시 한국일보 13층 송현클럽

사회= 돌아보면 올 한해 과학농사는 어느 해보다 풍성했습니다. 세 분이 그 대표적인 예지만 세계가 주목할만한 연구도 많았고…, 그만큼 우리 과학기술 수준이 높아진 것입니까?

황우석= 옥동자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태아와 오랜 임신기간이 필요합니다. 과학기술 발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수한 인력의 바탕위에 성실한 연구노력이 쌓이고, 여기에 정부나 기업의 지원이 거름이 되어 오늘의 결과가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요즘 세계적으로 과학발달의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는 상황입니다. 「국경 없는 과학시대」가 도래한 거죠. 우리 과학자들의 능동적 도전으로 이제는 선진국과 수준 차가 별로 없다고 봅니다. 노벨상 수상도 수 년 내 가능할 것입니다.

성영철= 많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인구대비 연구업적을 보면 우리는 일본의 10~20년전 수준입니다. 하지만 잠재력은 충분하기 때문에 여건만 잘 조성하면 과학기술의 미래를 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영욱= 열악한 여건에서 과학자들이 헌신적으로 노력한 결과라고 해야겠죠. 응용과학과 비메모리분야는 세계수준이지만 머리 쓰는 메모리분야는 아직도 상당히 낙후되어 있습니다. 또 외형적 거품도 있다고 봅니다. 우리 대학교수의 논문발표양은 세계 16위지만 질은 60위입니다. 이제는 양보다 질을 중시해야 합니다.

사회= 연구를 수행하는 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성영철= 우리는 기본적으로 학자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안돼 있습니다. 기초연구는 모두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지속적인 연구비 지원부터 불가능합니다. 정부에서 무슨 사업단, 센터로만 묶어 연구비를 지원하는 바람에 창의적인 개인 연구는 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황우석= 성교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연구비 가지고만 연구가 다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김대중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만났을 때 무엇을 도와주면 좋겠냐고 물어 정신적 지원 외에는 필요 없다고 대답한 일이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25명 정도의 연구인력이 항상 필요합니다. 보통 새벽 5시반에 연구실을 열어 밤 1시반까지 작업을 합니다. 돈만 갖고는 불가능한 일이죠. 우리 과학계가 걸어온 발자취를 보면 시류를 잘 타는 몇몇 사람에 의해 전체 학계가 주도되어온 게 사실입니다. 이른바 이너서클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은 연구생활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많이 달라져 창의력과 연구역량만 있으면 충분히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영욱= 기초과학에 대한 푸대접이 안타깝습니다. 획기적인 연구성과는 모두 기초과학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별이 왜 빛나는지 탐구하다 수소폭탄이 발명된 것 입니다.

사회= 정부의 과학기술 지원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연구지원과제 선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황우석=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정부 위원회에 들어가 보니 밖에서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더군요. 무엇보다 예산이 한정돼 있고 이를 배당하는데 고충이 많음을 알게 됐습니다. 물론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창의연구사업단 같은 경우는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을 큰 변화입니다. 교수 한사람에게 10억원씩 지원한다는 건 엄청난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영욱= 저는 견해를 좀 달리합니다. 국가의 과학연구 지원자금은 결국 다 국민의 세금입니다. 따라서 국민의 의사가 반영돼야 하지만 현재 전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설문조사 등을 해보면 천문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어느 분야보다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천문학으로 정부 연구비를 받은 것은 제가 처음입니다. 항공우주사업에 7,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가지만 항공우주연구소에 천문학자는 한 명도 없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천문학과 출신은 단 1명도 취직을 하지 못했습니다. 국민에게 분야별로 예산을 스스로 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되돌려줘야 합니다. 영국은 지금도 국가예산의 10%를 천문학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성영철= 과거보다 많이 나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아직도 만족할만한 수준의 객관성이 확보됐다고는 누구도 말할 수 없을 겁니다. 사실 이번에 제가 개발에 성공한 DNA백신도 정부의 연구지원사업에서 탈락하기도 했습니다.

연구과제 선정과정에서 정부의 평가기준이 명확해야 하고 평가위원 자체가 신뢰성이 있어야 합니다. 또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 연구결과가 없으면 연구비를 반납토록 해야 합니다.

지원제도 자체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지금 우수인력의 70~80%는 대학에 있지만 이들 인력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창의연구사업단을 예로 들더라도 돈만 주었지 거기에 우수 인력들이 모이도록 하는 제도는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업단장은 우수하더라도 그 밑의 인력은 수준이 크게 떨어지는 게 현실입니다. 우수인력을 잘 활용하는 틀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할 일 아닙니까.

황우석= 과학기술 분야의 예산이 증가되기를 바라는건 모든 과학자들의 일치된 소망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중 어느 분야를 선택, 집중 육성할 것인지 여부는 세계과학의 흐름과 우리가 공략할 수 있는 틈새시장 확보라는 측면이 판단 기준이 돼야 합니다. 물론 다양한 기초학문분야가 소외되어선 안되지만 판단의 우선 순위는 분명히 있어야 합니다.

사회=어느 분야를 선택, 집중해야합니까?

황우석= 미래예측을 가장 정확하게 하는 곳은 기업입니다. 지금 기업에서 나오는 견해와 정부, 학계의 견해는 일치합니다. 이론의 여지없이 앞으로 가장 유망한 분야는 정보통신이고 다음은 생명공학, 환경, 에너지 순이죠. 우리는 국민적 컨센서스가 여기에 모아진 것으로 간주하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이영욱= 저는 정부와 기업이 할 일이 다르다고 봅니다. 지금은 중복투자가 오히려 심각한 문제입니다. 우주과학분야도 21세기 우리가 집중해야하는 분야입니다. 이제 개발할 곳은 우주밖에 없습니다. 지금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선 안됩니다. 일본은 미국 NASA와 공동연구로 엄청난 기술노하우를 쌓고 있는데 우리도 그런 적극적 자세가 필요합니다.

사회= 21세기는 과학의 시대라고 합니다. 우리에게 어떤 대비와 전략이 필요한지 말씀해주십시오.

이영욱= 청소년에게 미래의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우리 청소년의 90%가 우리 나라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희망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 연구결과가 발표된 뒤 많은 메일이 청소년들로부터 날아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세계적 연구가 나온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이 신바람과 자부심을 느끼게 해줘야 청소년들이 과학자가 되길 꿈꾸고 기초과학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성영철= 미래는 과학기술력이 국력이 되는 시대입니다. 우리 나라 모든 분야를 봤을 때 과학분야가 그래도 가장 발전해 있다고 자부합니다. 과학발전을 위해서는 이교수님 말씀처럼 유능한 인재들이 계속 기초분야로 들어오게 하는 유인책이 꼭 필요합니다. 정부의 실험실창업 권장으로 학생들이 자기일처럼 열심히 하고 효과가 대단히 좋습니다. 학생들이 『졸업할 때 나도 억대 부자가 되겠다』며 활기차게 일을 합니다. 이렇게 젊은 후배들한테 메리트를 줄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황우석= 우리 나라가 처한 근원적 한계성을 과학기술에서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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