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저물어간다. 흔히들 천년이 저물어간다고 한다. 새로운 천년, 이제 2000년대가 시작되나 보다. 다들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가슴저미는 사연들을 접어 둔 채로 새로운 희망으로 분주한 때다.그러나 새해는 나에게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30대 80년대 학번 그리고 60년대 출생 세대를 386세대라 한다지만, 이제 새해를 맞이하면 40세가 돼 불가피하게 486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첫 주자가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어떤 배우 겸 작가가 3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50가지 얘기들을 풀어쓴 책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것 하나는 첫 경험에의 도전에 관한 얘기였다. 그는 20대에는 거의 모든 것이 첫 경험에 가까워서 늘상 새로운 도전으로 일관했고 또한 도전은 거의 대부분 잘못과 부끄러움을 안겨줬지만 그래도 부끄러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패기로 과감히 부딪쳐 나갔다고 했다.
그런데 30대에 접어들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부끄러움은 새로운 경험에의 도전을 회피하는 주원인이 됐다고 그는 술회했다. 신선한 충격이자 아픔이었다. 새해를 맞아 40세가 되면서도 30대의 두려움을 여전히 갖는다면 겉만 486이지 속은 286으로 오히려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였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법. 새로운 경험을 맞이할 준비를 위해서 우리는 이제 생의 업그레이드를 시도해야 할 것같다. 2000년부터 향후 10년동안 탄생할 486세대의 맏형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쉽지만은 않은 부담이다.
이제 새로운 한 해가 다가오고 있다. 새천년을 맞이한다. 새로운 세대가 탄생하고 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나도 이러한 첫 경험에의 설레임으로 가슴이 벅차 오른다. 새로운 각오가 불타오르며, 다시금 도전하고 부딪치고 실패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20대의 젊은 패기를 갖고 싶다.
20대보다 더 젊게 사는 패기, 30대의 활력을 승화시키는 지혜, 그리고 40대가 갖는 확고한 자기확신. 이러한 것들을 동시에 갖춤으로써 진정으로 486으로 업그레이드 하여야 할 것 같다. 한 세대를 열어가는 개척자로서, 한해 한해 갈수록 따라올 후배들을 위해서 다시금 도전하고 개척하며 실패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용기로 무장해야 겠다. 새해에 나는 불혹(不惑)이다.
/김정호 인터코리아 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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