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세계경제 대전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는 분야가 금융산업이다. 국가간 규제 장벽이 무너지는 가운데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지구촌이 동시간대의 단일 금융시장으로 묶여 상상을 초월하는 무한경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금융산업은 앞으로 국가미래를 좌우하는 결정자로서 경쟁력 강화가 가장 시급한 분야다. 금융산업을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는 말이 이의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우리나라가 IMF체제에 들어간 원인도 금융부문의 왜곡이 결정적이었다. 실물분야의 과잉투자행위등을 견제·감시하면서 기업을 바른 방향으로 유도해야할 금융기관이 제 구실을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융기관들이 스스로 환투기등 실력에 부치는 무책임한 자금운용을 자행해 화를 자초했다. 이 모든 게 한마디로 우리 금융산업의 비건전성·불투명성에서 비롯됐다.
지난주 금감위의 특검결과 발표를 통해 드러난 재벌계열 금융사들의 불법 탈법 행위는 그래서 더욱 개탄스럽고 분노를 일으킨다. 삼성 현대 SK 등 소위 세계최고를 지향하는 재벌들이 증권 투신사 등 계열금융사들에 투자된 고객돈을 꺼내 자기계열사의 이익을 취하는데 전용했다는 특검결과는 재벌의 사금고가 된 우리 금융산업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한 눈에 보여준다.
채권 헐값에 사주기, 저리로 돈 빌려주기, 부도채권 사주기 등 자기 식구를 지원하기 위해 물불 안 가리고 온갖 형태의 비리와 편법을 총동원한 소아병과 도덕 불감증에 그만 입이 딱 벌어질 뿐이다. 이는 또한 현실적으로 일반투자자들에게 그만큼의 실질적인 피해를 준 기만이자 중소기업등 타기업들이 자본시장에 접근할 기회를 그만큼 빼앗은 불공정 행위다. 이렇게 타락한 재벌들에게 금융산업의 중요축을 이루는 제2금융권을 맡겨도 되는 것인지 근본적인 의구심이 든다.
이번에 당국이 취한 미온적인 제재수준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최고경영자들에게 업무정지를 취하는 등 대대적인 문책조치를 내렸다고 하나 실효성이 없는 솜방망이다. 검찰에 정식 고발한 것은 단 1건도 없고, 회사 내부적으로 얼마든지 유야무야할 수 있는 눈가리고 아웅식의 조치들 뿐이어서 당국이 진정 징벌 의지가 있었던 것인지조차 의심스럽다.
차제에 증권·투신사들에도 은행과 마찬가지로 문책대상자에 대한 연임제한 등 제재의 실효성 확보방안을 강력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재벌이 독점하고 있는 제2금융권에 건전한 시장메커니즘이 확립되지 않고서는 금융산업의 선진화라는 구호는 구두선에 그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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