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세모를 비추는 도심의 불빛이 유난히 밝고 힘차다. 어두웠던 국제통화기금(IMF)체제 2년의 긴 터널을 힘겹게 빠져나왔기에, 희망의 21세기가 바로 눈 앞에 다가왔기에 야광은 더욱 반갑고 눈부시다. 빌딩사무실 창문마다 쏟아져 나오는 형광등 불빛에서, 거리를 가득 메운 겹겹의 네온사인에서, 도심을 가로지르는 자동차 전조등의 중단없는 행렬에서 살아 쉼쉬는, 꿈틀거리는 번영의 서광을 느끼게 된다.그러나 우리는 이미 현란함에 도취됐을 때의 아픈 경험을 한 바 있다. 이 불빛은 번영의 상징일 수도 있고, 파국으로 이끄는 유혹일 수도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같은 실수를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되기에 우리는 「위기극복」의 감격과 흥분을 가라앉히고 좀 더 냉정하게 오늘 이 곳과 우리 자신들을 응시해야 한다. 거대한 불빛 숲속에서도 어두운 곳, 쓸쓸한 곳이 눈에 보이지 않는가.
그 어두움을 잊지 않으면서 새로운 백년, 새로운 천년에도 번영과 발전의 빛이 꺼지지 않게 해야 한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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