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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벌써 정치자금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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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벌써 정치자금 '골머리'

입력
1999.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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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을 앞두고 재계가 벌써부터 정치자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26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반강제적으로 국회의원 후원회에 참여할 것을 요청하는 사례가 줄을 잇는가 하면 학연·지연을 들어 기업에 개별적으로 뭉칫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는 특히 내년 4월 총선에 나설 정당 공천 인사들이 확정되면 정치자금을 요구하는 사례와 자금액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H사의 최모(52)사장은 『우리 회사와 관련이 있는 특정위원회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일면식도 없는 국회의원의 후원회 초청장을 받았는데 며칠 후 그 의원의 보좌관이 「도와주는게 좋지 않겠느냐」며 반강제적으로 참여를 요청해 어쩔 수 없이 후원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지방에 3곳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H사의 이모(55)사장은 『이달들어 각 공장이 있는 지역출신 국회의원 5명이 잇따라 후원회를 열면서 참여해줄 것을 요구해왔다』며 『사실 서너차례 안면이 있는 인사는 2명에 불과하지만 공연히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모든 행사에 임원을 보내 후원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정치인 후원회는 선거기간에는 한차례만 열 수 있으며, 선거기간이 아니면 연중 제한없이 열 수 있다. 내년 총선(4월13일)의 선거기간은 3월28일부터. 기업들은 내년초 공천이 확정된 다음 국회의원 후보들마다 선거를 전후해 후원회는 물론 개별적으로 정치자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경우 후원금을 안주면 그만이겠지만 「괘씸죄」에 걸려 예상치 못한 일로 공연히 트집 잡히기 일쑤인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배짱있게 정치자금을 거부할 수 있는 기업인이 과연 몇 명이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정경유착 고리는 반드시 끊어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연·학연 및 관련 위원회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후원금을 요구하는 정치권 풍토는 잘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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