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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열전] (7) 심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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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열전] (7) 심형래

입력
1999.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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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 없다』 이제 정말 영구는 없다. 문을 살짝 열고 고개를 내미는 얼굴은 「용가리」다.심형래(41). 80년대 「영구 심형래」는 어린 아이들의 우상이었다. 세종대왕 다음으로 존경하는 인물에 뽑히기도 했다. 「영구와 땡칠이」는 관객 200만명을 동원한 한국적 컬트 영화였다. 아이들이 모두 바보가 되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은 노심초사했다. 그런 그를 지금의 아이들은 「용가리 심감독」으로 떠올린다. 대단한 변화다. 어떤 이들에겐 격세지감이겠지만, 어떤 이에겐 입지전적인 사건이었다.

서울 양평동 옛 쌍방울 공장에 들어선 영구아트무비. 그를 만났을 때도 역시

코미디보다 영화에 할 얘기가 더 많았다. 지금 심형래는 「용가리」 재창조 작업에 한창이다. 『영화 개봉 당시 지적받았던 부분을 대폭 바꿨다. 용가리 2라 불러도 좋다』 내년 3월에 용가리 재탄생 작업을 끝낸 후 5월 칸 영화제에서 수출 건을 매듭지을 예정이다. 다음 작품 「콘돌」과 「이무기」 작업도 착착 진행중이다.

『할리우드를 따라잡겠다』 영화계의 돈키호테였다. 「영구와 공룡 쭈쭈」 「드래곤 투카」 등 만드는 영화마다 저급 코미디 취급을 받았지만 좌충우돌식으로 밀어붙이기 7여년. 이제 그는 한국 SF영화의 미래가 되었다. 15일에는 문화일보와 합작으로 자본금 100억원의 ㈜영구문화아트를 설립했다. 토양은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달 KBS 「코미디 세상만사」에 개그맨으로 다시 돌아왔다.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판인데도. 『개그맨으로 컸고, 개그맨 인생으로 살아온 만큼 내가 개그맨이란 데는 변함이 없다. 다들 바쁘겠다고 말렸지만, 오히려 쉬러가는 기분이다』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또다시 바보 왕자 역을 맡았다. 그는 코미디계 바보 연기의 맥을 이어 바보 캐릭터의 최절정기를 누렸다. 치고 박고 넘어지는 단순한 슬랩스틱(slapstick) 개그란 비판도 받았지만, 바보 연기를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영구」 「펭귄」 「칙칙이」 「심틀러」 등 끊임없는 캐릭터 개발로 누구도 도전할 수 없는 바보 연기의 왕좌에 올랐다. 『사람들 모두 허점을 가지고 있다. 허점 많은 다른 인간을 보면서 사람들은 웃고, 그리고 자신의 허점도 웃음으로서 받아 넘길 수 있다. 위대한 개그맨 채플린도 결국 바보연기자였다』 코미디에 인색한 우리 문화에서 그는 외로운 승자였는지 모른다.

고려대 식품공학과를 나온 그는 82년 KBS 개그 콘테스트에 입상, 코미디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주병진, 서세원, 이성미 등 재담을 주고 받는 스탠딩 개그가 유행하던 당시 자신의 입지를 세우기 위해 궁리 끝에 슬랩스틱 액션 개그로 나섰다. 철저한 기획과 아이디어를 통한 승부였던 것이다. 허술하게 보이는 그의 외양 뒤엔 영리한 기획자로서의 심형래가 시청자의 뒤통수를 노리고 있던 것이다.

92년 김주희씨와 결혼해 딸 은지(6)를 두고 있다. 『집에 한번 놀러 오라』고 은지가 말할 정도니 그는 빵점 아빠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피카추 가위를 사달라고 졸라대는 은지에게 피카추 이상 가는 캐릭터를 만들어 선물하겠다는 생각으로 그는 지금도 영화작업에 밤을 새고 있다.

■약력 및 주요 출연 프로그램

58년 서울 출생

80년 고려대 식품공학과 졸업

82년 제1회 KBS 개그콘테스트에서 동상

84년 KBS 「유머1번지」 「하룡서당」

86년 KBS 「유머1번지」 「변방의 북소리」

88년 KBS 「쇼비디오자키」 「영구야 영구야」

89년 영화 「영구와 땡칠이」 출연

93년 영구아트무비 설립

94년 영화 「티라노의 발톱」 제작

99년 영화 「용가리」 제작

KBS 「코미디 세상만사」(출연중)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내가 본 심형래] '흉내' 귀재...자기영역 확대

82년 KBS 개그콘테스트에서 심형래씨를 뽑은 이후 그동안 「유머1번지」 「쇼비디오자키」 등 많은 작품을 같이 해왔다. 심형래씨는 남의 흉내 내는데 기가 막힌 능력을 가지고 있고 연기 능력도 탁월하다. 이 보다 더 큰 장점은 인간성이 좋다는 것이다. 내 기억으로 그가 주위 선후배로부터 욕먹는 일을 한 적이 없다.

또한 연기에 그렇게 열중하면서도 영화라는 새로운 분야로 자기 영역을 넓혔다는 것은 연기자로서는 상당히 특별한 경우다. 대개 술집을 하거나 밤무대에서 쇼를 하다가 황금기를 보내기 일쑤인데, 그는 젊었을 때 이 시기를 잘 활용해 이제 한국 SF 영화의 시금석까지 마련한 인물이 되었다. 이런 성공이 그의 능력 플러스 인간성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나는 그가 지금 구상하고 있는 사업이 꼭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

/ KBS 김웅래 제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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