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기 마지막 성탄절을 맞은 25일 지구촌은 경건한 마음으로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리며 평화와 관용의 정신을 되새겼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79)는 이날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서 발표한 「우르비 에 오르비(로마 안팎의 신도) 축복」 메시지에서 『분별없는 무력사용을 금지할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인류는 그동안 진실을 추구하면서도 그리스도의 가르침과는 다른 잘못된 신념을 만들어 내고, 또 그릇된 이데올로기를 추구해 왔다』면서 『그리스도의 계몽으로 인간의 생명을 하느님이 내린 소중한 선물로 받아들이기를 바란다』고 피력했다.
앞서 교황은 성탄절 전야에 「천국의 문」으로도 불리는 성베드로 성당의 「거룩한 문」을 열고 새 천년의 도래를 축하했다. 교황은 라틴어로 『정의의 문을 연다』고 선포한 뒤 『천주여 새로운 약속과 굳은 신념을 가지고 이 문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구원을 내리소서』라고 축원했다.
성탄의 복음은 전쟁과 재앙의 상처 속에서 신음하는 지역에서도 예외없이 울려퍼졌다. 예수의 탄생지인 베들레헴의 구유 광장에서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자정 미사가 펼쳐졌다. 미사를 집전한 팔레스타인 출신의 미첼 사바 주교는 『전세계에서 불공평을 조장하는 종교적 극단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면서 기독교와 회교간의 협력을 촉구했다.
지난 1년간 종교간 유혈 충돌로 황폐화한 인도네시아 암본의 기독교도들은 무장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경건한 성탄절을 보냈다. 사상 최악의 수해로 최대 5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베네수엘라에서는 성탄 축하를 잠시 뒤로한 채 전국민이 피해복구에 매달렸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성탄 메시지를 통해 구호의 손길을 보내준 국제사회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42년만에 로마 교황청과 관계 정상화를 이룬 중국에서도 모처럼 교회마다 많은 신자가 찾아와 성탄축하 열기로 가득했다. 베이징의 성 마리아 교회에서는 일부 정부 관리가 미사에 참석, 4,000여명의 신자와 함께 마카오 반환에 이은 중국의 통일을 기원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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