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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설의 한 순간] (38) 배수아 '그 남자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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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설의 한 순간] (38) 배수아 '그 남자의 첫사랑'

입력
1999.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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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부유하게 태어났지만 그가 성장했을 때 집안은 기울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불행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 가세의 황혼이 그에게 태생의 우월감을 확신시켜 준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가난해졌지만 여전히 왕손이었고 재물에서 소외됨으로 덜 세속적이라는 긍지도 갖게 되었다.그들은 금융자본주의의 재물을 고리대금업자와 저급한 술장사들의 몫으로 보았다. 그러나 그가 소년시절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있던 같은 고향의 여자는 가난할뿐만 아니라 무지하기까지 한 집안에서 자랐다. 그런 상황에 맞게 그 여자는 중졸의 학력에 섬유공장의 여공이었다.

그들은 사춘기 시절, 방황하는 십대와 무방비한 여공의 형태로 만나 관계한 일이 있었다. 팩트는 거기까지다. 배수아의 소설, 「그 사람의 첫사랑」(생각의나무 발행)의 배경이 되는 사건이다.

그들의 일은 그들을 잘 알고 있는 오랜 친구들과 나중에 남자가 사실을 털어놓은 도시의 사람들, 그리고 흥분하기 잘하는 여공의 친척들에 의해서 여러 가지로 해석되고 비판되고 미화되고 희화되었다. 남자는 그 여자가 여공이고 무지한 집안의 딸이기 때문에 그들의 관계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을 거라는 주된 의견이 있었다

. 남자는 사춘기 시절 내내 단지 성적인 욕망에 시달리며 죄책감이 가장 가벼운 대상으로 그녀의 존재에 집착한 것이다, 말하자면 상투적이고 고전적인 권력관계다. 생물학적인 이해가 배려되어야 한다는 반론도 많았다.

남자는 너무 빨리 그녀와 관계를 가졌고 그것은 위험하다, 그런 경우 모르는 여자가 더 정신적 안정을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남자에게 성숙할 시간이 있었더라면 그는 그런 식으로 불쌍한 여공에게서 도망치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그런 식으로 상처를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통사회가 주는 억압의 결과로 그들의 관계를 해석하는 사람도 있었다.

계급의 문제라기보다는 남녀관계의 고전적인 유형이라는 것도 있다. 그것이 뭐 그리 인상적인 사건이었다고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고 있느냐고 한심해하는 소프트한 심성의 주인공들도 생각보다 많았다.

소설은 인간의 일의 모든 것을 말하지는 못한다. 소설가의 시선은 편향되고 편애하고 완고하고 왜곡된다. 소설은 헤드라인 뉴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일에 있어서 과연 무엇이 정의(正義)이고 무엇이 진실이었을까 이따위 고민을 하지 않아도 좋았다.

/소설가·소설집 「그 사람의 첫사랑」「심야통신」 장편 「랩소디 인 블루」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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