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필 이때 이 자리에 있게 됐는지…. 두 팔을 잘라내는 심정입니다』 대통령 보고서 유출 사건 수사를 진두 지휘했던 신광옥(申光玉·사진) 대검 중수부장은 요즘 남모를 인간적 고뇌에 휩싸였다. 대통령 보고서 유출사건으로 아끼는 후배인 박주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과 이종왕 대검 수사기획관 두 사람을 모두 잃었기 때문이다.신중수부장은 두 팔을 잘라낸 것에 비유하며 그동안의 소회와 수사과정에서 겪었던 인간적 고뇌의 일단을 토로했다. 신중수부장과 박전비서관은 광주일고와 광주고를 나온 동향 선후배로 「호형호제」할 정도의 막역한 사이. 두 사람 모두 검찰내에서 끈끈하기로 유명한 해남지청장 출신으로 신중수부장이 초대, 박전비서관은 6대 해남지청장을 지냈다. 신중수부장은 『박전비서관은 「아끼는 동생」이나 다름없다』며 가슴 아파했다.
신중수부장은 또 『이기획관이라도 함께 있었으면 덜 고달펐을 것』이라고 말해 이기획관의 빈 자리를 무척 크게 느끼는 듯 했다. 바로 맞은 편에 자리잡은 이기획관의 방을 가리키며 『빈 방을 볼 때마다 내 가슴이 메어진다』며 『그는 나를 도와주기 위해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신중수부장은 『박전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하던 21일 검사장회의에서 나와 주임검사가 고군분투(孤軍奮鬪)했음을 누구보다 이기획관이 잘알 것』이라며 『빨리 돌아오지 않는게 못내 서운하다』고 덧붙였다. 신중수부장은 지난 8월 취임 이후 오른팔 격인 이기획관과 호흡을 같이하며 삼부파이낸스 양재혁회장 횡령사건, 보광그룹 탈세사건, 한진그룹탈세 사건을 쉼없이 처리해왔다.
신중수부장은 결국 아끼는 두 후배가 수사를 하는 입장과 수사를 받는 입장으로 갈리게 되자 고뇌에 시달려야 했다. 신중수부장은 『「어쩌면 박주선이도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데」라는 생각이 미치면 마음이 약해졌으며 그때마다 이기획관이 「국민과 후배 검사들이 지켜보고 있다」며 마음을 다잡아주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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