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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기 추락] 원인조사 착수등 현장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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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기 추락] 원인조사 착수등 현장 스케치

입력
1999.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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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KAL) 보잉 747 화물기 추락사고의 원인 조사가 영국 항공사고조사국(AAIB)을 중심으로 본격화했다. AAIB는 23일(현지시간) 그레이트 핼링베리 사고현장에서 수거된 잔해와 사고기의 음성기록장치(CVR)를 비교하면서 엔진결함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존 프레스코트 영국 부총리는 이날 현장을 둘러본뒤 『주말까지는 사고원인에 대한 예비 발표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조만간 사고원인에 대한 AAIB의 1차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웹 AAIB 대변인은 『테러나 화물 이상에 의한 폭발 또는 그외의 불가항력적 조종불능 상황 등 모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태』라며 다각적인 조사가 이뤄지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BBC방송이나 가디언 등 현지 언론은 엔진결함를 추락 원인으로 추정했다. BBC는 목격자의 증언과 엔진주변의 폭발구멍 및 그을린 자국 등을 토대로 『KAL 화물기가 스탠스테드 공항에서 이륙할때 이미 엔진에 불이 붙어 있었다』고 보도했다.

BBC는 이어 사고기가 지상에 충돌한 지점의 흔적으로 보아 기체 날개가 나무를 자르고 엔진이 긁히며 300야드나 미끄러지면서 기체가 수천개의 파편으로 폭발했다고 당시 상황을 추정했다. 가디언은 AAIB 조사의 초점은 엔진결함이라고 전제, 승무원들은 당시 긴급 구조요청을 하지않았으나 문제 발생을 알고 2마일도 안떨어진 공항으로 회항하려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특히 사고기가 장착한 엔진 프랫&휘트니 JT9D는 결함 가능성이 제기돼 미 연방항공국(FAA)이 지난해부터 정밀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에 대해 스탠스테드 공항 대변인은 『KAL 화물기가 정상적으로 이륙했다』고 BBC방송을 부인했다. 조사당국은 사고기가 199㎏의 페인트, 벤젤 등을 싣고 있었으나 이 인화성 화물이 사고원인이라는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않았다고 밝혔다.

○…KAL기 추락사고로 일시 폐쇄됐던 스탠스테드 공항은 23일 오전11시를 기해 운항을 재개했으나 항공기 연·발착과 결항이 지속됐다. 이날 대기 승객은 전날보다 줄었으나 4,000여명에 달했고 연·발착과 결항을 알리는 구내방송이 끊이지않아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공항 인근 주민들은 추락에 따른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대형참사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속에 당국의 안전대책을 호소하고 나섰다. 현지 언론은 공항 당국이 인근 주민의 안전성을 고려해 이·착륙 항공기의 항로를 보완했으나 아직도 이 공항을 이용하는 전체 이·착륙기의 30% 정도가 인구 밀집지역 상공을 통과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가 KAL의 영국 취항 금지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현지 주요 신문은 이번 추락사건을 1면 전면에 크게 보도, KAL은 물론 한국의 이미지에도 다시 한번 큰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더 타임스는 KAL의 사고 이력을 상세하게 전하며 안전제고를 위한 국제적인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국제적인 우려에 따라 한국 정부가 KAL에 제재조치를 취했다』며 『국제 민간항공기구가 다음달 모임에서 KAL의 안전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영국 교통부 관리들은 『대한항공의 안전실태를 심히 우려하고 있다』며 『이미 민간항공국을 통해 KAL 소속 항공기에 대한 이륙전 사전점검을 한층 강화토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추락한 KAL기와 같은 기종인 보잉 747기의 최근 사고 사례를 BBC방송이 전했다. 퀀타스 항공소속 보잉 747기는 지난 9월23일 승객 407명을 태우고 시드니를 출발, 런던으로 가던중 경유지 방콩공항에서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를 냈다. 앞서 3월6일 에어프랑스 소속 보잉 747-200 화물기는 인도 남부에서 비상착륙하다 폭발했으나 승무원은 다행히 구조됐다. 96년에는 350명을 태운 보잉 747기가 카자흐스탄 화물기와 인도 상공에서 충돌,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래이트 헬링베리 외신=연합

[KAL기 사고] "이륙직후, 돌연 왼쪽 선회한 이유는?"

대한항공은 24일 『영국 교통부 산하 항공사고조사반(AAIB)으로부터 「사고기가 이륙후 고도 1,400피트(약 420㎙)에서 왼쪽으로 선회하던중 추락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사고기의 기수가 활주로를 향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밝혔다. 3,000~5,000 피트 속도로 하늘을 향해 치솟는 항공기가 갑자기 왼쪽으로 선회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왼쪽선회의 배경에 대해 의도적인 경우와 불가피한 경우로 나눠 추정하고 있다.

의도적 경우라면 우선 조종사들이 인구밀집지역을 피하기위해 기수를 왼쪽으로 돌렸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조종사들이 스탠스테드공항 주변 지형을 미리 숙지하고 있었다면 항로 진행방향과 오른쪽에 민가가 모여있는 홀링배리지역이 놓여있었고 왼쪽이 낮은 구릉지역인 해트필드숲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긴급구난신호인 「메이데이콜」마저도 보낼 수 없을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서 조종사가 지상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항공기 이상을 발견, 공항으로 되돌아가려고 했다는 분석도 있으나 낮은 고도에서 회항을 결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불가피한 경우였다면 왼쪽엔진이상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영국 BBC가 보도한 목격자의 증언대로 엔진에 불이 붙어 정상적인 작동을 하지 못했다면 왼쪽 엔진 이상으로 항공기가 선회했을 가능성이 높다.

항공전문가들은 경우의 수가 여러가지여서 섣부른 추정은 어렵다고 전제하고 다만 왼쪽 선회가 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열기자

desp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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