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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금융사는 역시 '사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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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금융사는 역시 '사금고'

입력
1999.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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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재벌의 금융계열사는 우려했던 대로 재벌의 사금고(私金庫)였음이 확인됐다. 5대 그룹의 금융계열사들은 정부가 금지하고 있는 갖가지 규정들을 무시한채 고객이 맡긴 돈으로 계열사의 돈줄 역할을 해왔다. 이때문에 구조조정과정에서 「재벌 금융사는 안전하다」고 믿었던 고객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전문가들은 5대 재벌이 국제통화기금(IMF)위기이후 증권 투신 보험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시장지배력을 급속도로 확대하고 있어 이에 대한 근본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계열사 부당이익 제공 현대투신운용은 현대투신증권의 금융상품 채권 등을 고가로 사주는 방법 등으로 3,553억원의 매매이익을 제공했다. 증권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퇴출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또 시중금리보다 낮게 콜(초단기 금융거래)자금 2조5,000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현대투신증권이 얻은 부당이득만큼 고객들은 피해를 입었다. 삼성투신운용도 삼성생명이 단독으로 가입한 펀드에 낮은 가격으로 채권을 편입, 수익률을 2.69%포인트 올려줬다. 삼성생명이 가입한 펀드의 수익률을 올려준 만큼 일반 고객들이 가입한 다른 펀드의 수익률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감독규정 위반 재벌계열 금융사들은 특정 기업이나 계열사에 일정한도이상 자금을 빌려줄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현대 삼성계열 금융사들이 한도를 초과해 계열사에 지원한 규모가 각각 9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 계열사들이 계열 금융사를 통해 마음대로 자금을 끌어다 쓸 수 있는 한 아무리 경쟁력이 없어도 망할 리 없다. 또한 중견·중소기업들과 공정한 경쟁을 기대할 수 없다.

당국 조치의 문제점 재벌 금융사들이 각종 규정을 서슴없이 무시한데는 허술한 감독체제도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재벌들의 소유가 금지된 은행 임원은 「문책」을 받으면 3년동안 금융기관 임원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재벌들이 장악하고 있는 증권 투신 등 제2금융권 임원들은 문책을 받아도 사실상 불이익이 거의 없다. 이때문에 재벌계열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그룹에 대한 충성심만 확인해줄 뿐이라는 지적조차 나올 정도다. 장하성(張夏成)고려대교수는 이에 대해 『감독당국이 아무리 노력해도 재벌 금융사들의 자금운용을 일일이 감독할 수 없다』며 적절한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승호기자

sh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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