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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역복무 '배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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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역복무 '배려' 필요하다

입력
1999.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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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채용시험의 현역 복무자 가산점제도는 평등권을 침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시대흐름을 반영한 획기적인 선언이다. 병역의무 이행이 사회적 우선가치이던 38년전 도입한 제도를 더 이상 유지하는 것은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오늘날의 절대적 명제에 반한다는 것이 헌재결정의 기본이념이다.그러나 이에 따르는 사회적 파장 또한 만만치 않다. 당장 병역의무를 성실하게 마친 남성들이 보상은 커녕 현역 미필자와 여성에 비해 여러가지 불이익을 추가로 감수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여성계는 그동안 취업권을 박탈당한 여성과 장애자 및 군 미필자에 대한 피해보상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런 엇갈린 반응과 주장은 모두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 사안자체가 한두가지 잣대로만 따질 일이 아니고, 시대적·사회적 배경이 그만큼 복잡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헌재결정에 따른 논란을 해결하는데도 여러 측면을 두루 헤아려 합리적인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먼저 위헌결정이 나왔다고 해서 가산점제도를 태생적 「악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제도를 처음 도입한 61년 당시는 극단적인 남북대치 현실에서 병역기피 풍조와 병무비리가 만연한 시절이다. 이런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 하위공직과 공·사기업 채용때 제대군인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이었다는 사실을 지금와서 부정해서는 안된다.

이 제도가 언제 사회적 정당성을 잃었는가는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군 미필자와 여성 등의 공직진입을 가로막는 차별장벽으로 작용하는 정도가 시대변화에 따라 커지면서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을 초래하는 제도가 존립할 수 없게 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제도폐지로 현역 복무자들이 느낄 박탈감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은 취업 가산점외에 대개 경력인정과 호봉우대 등을 받지만, 현역복무에 바친 세월과 그 고단함을 충분히 보상받는다고 여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오히려 지금도 군복무때문에 학업과 취업준비부터 불리한 입장이고, 취업뒤에도 나이가 적은 군미필자나 여성에 비해 불이익을 계속 안고 가는 경우마저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때 정부는 현역 복무자들에 대한 적절한 지원정책과 기준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그 필요성은 헌재와 여성계도 인정하고 있다. 특히 「유전면제, 무전입대」란 자조를 낳은 병무비리가 근절되지 않고, 국방의무에 대한 가치인식이 낮아지는 현실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덧붙여 여성계도 남녀 평등권 확보에 이정표적인 헌재결정을 이끌어낸 것을 넘어 과거의 불이익까지 모두 보상하라는 요구에는 신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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