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밤 11시께 도쿄(東京)의 일본 수산청 8층 회의실. 한일 양국간에 불꽃튀는 외교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리나라 해양수산부의 배평암(裵平岩) 차관보와 일본의 나카스 이사오(中須勇雄) 수산청장이 내년도 한일 어민의 생업을 가름할 어업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참석자들은 저녁도 거른 상태였다.하지만 같은 시각,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해양수산부 12층 장관실의 불은 꺼져 있었다. 정상천(鄭相千)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오후 6시40분께 퇴청했다. 공식일정도 없었고, 귀가는 심야에 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副)책임자인 차관도 저녁 8시쯤 퇴근했다. 사령부가 통째로 비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 정부가 한일 신어업협정을 맺으면서 쌍끌이조업을 누락시켜 어민에게 큰 피해를 끼친 것은 불과 9개월 전인 지난 3월이었다. 「쌍끌이 파동」으로 김선길(金善吉) 당시 해양수산부장관이 물러나고, 주요 실무자들까지 옷을 벗었다. 수산 당국자들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은 결과였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사령관의 상황 장악능력과 빈틈없는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교훈도 얻었다.
그런데 쌍끌이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휘하 장수들이 국익을 건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는데, 최고 사령관이 전장(戰場)에서 이탈한 것이다. 게다가 이번 협상은 막바지에 「독도가 포함된 동해 중간수역에서의 자원 공동관리」라는 중차대하고, 복잡미묘한 이슈로 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령관이 수시로 긴급 참모회의를 소집해 대응해도 불안한 상황이었다.
성경에 「그때 너는 어디 있었는가」라는 예수님의 유명한 물음이 있다. 해양수산부장관에게 묻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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