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왕국 일본에서도 우리 만화가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겠습니다』호러 판타지 「아일랜드」 작가 양경일(29)의 일본만화시장 진출 의욕이 다부지다. 이미 일본 중소 출판사 잡지에 「좀비 헌터」를 연재 중인 양씨는 1여년의 준비작업 끝에 일본 3대 메이저 출판사중 하나인 쇼가쿠간(小學館)의 주력잡지 「영 선데이」 신년 첫호에 70페이지 분량의 대형 단편을 싣기로 했다. 단편 몇편을 선보인 뒤 본격적인 연재물을 싣는 일본 잡지의 관행에 따라 앞으로 한두편의 단편을 더 실은 뒤 본격적인 장편을 연재할 계획이다.
일본 잡지에 이재학, 황미나 등 국내 만화가의 작품이 실린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대개는 잡지사가 기획으로 국내 원로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측면이 강했다면 이번은 신진작가가 일본작가들과의 경쟁 속에서 본격적으로 일본 만화시장에 진출한다는 측면에서 의미있는 시도다.
일본 「영 선데이」지와 동시에 국내 「부킹」지에도 선보이게 될 이번 단편물은 「더 풀스(the fools)」. 「아일랜드」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신예 스토리작가 윤인완(24)과 다시 짝을 이룬 판타지물이다. 『무한한 표현이 가능한 장르가 판타지다. 현실에 구속될 필요없이 상상한 것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어 가장 매력적이고 또 가장 즐겁다』 양씨가 데뷔작 「소마신화전기」부터 줄곧 판타지만을 고집한 이유이다.
이번 작품의 테마 역시 「아일랜드」 처럼 악귀들이 날뛰는 세기말의 혼란과 선악의 뒤엉킴. 하지만 시대적 배경은 현재가 아니라 천년전의 세기말 시대다. 가톨릭의 횡포가 심했던 10세기 무렵 주민들은 교황을 살해하기 위해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한다. 살인청부업자와 이에 맞서는 여자 교황. 이 둘을 주축으로 악마들이 날뛰는 세기말을 그려낸다. 「아일랜드」에서 이미 보여줬던 현란하면서 박진감 넘치는 그림이 이제 일본 독자들을 사로잡을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이르면 올 6월께 장편 연재물도 선보일 계획이다. 스토리 작가 윤인완은 『장편 연재물로 구상중인 작품은 컴퓨터 바이러스를 둘러싼 대결을 다룬다. 지금 한창 일본 잡지 편집부와 논의중에 있다』고 말했다.
또 한동안 휴식기를 가졌던 「아일랜드」도 「영챔프」 신년 1호부터 연재를 재개한다. 97년 8월부터 연재되기 시작해 젊은 독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아일랜드」는 제주도를 악귀의 섬으로 설정해 허를 찌른 발상이 돋보였던 작품. 앞으로 3회분 내로 「해골 사건」을 마무리 짓고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주인공 반이 그사이 했던 일을 간략히 그린 다음 제주도의 이어도 전설을 다룰 예정이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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