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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8마당] 그 겨울의 슬픈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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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8마당] 그 겨울의 슬픈추억

입력
1999.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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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때인 96년 겨울, 엄마가 아기를 가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황당하기도 했지만 기쁨이 더 컸다. 엄마의 배가 부르는 것을 보면서 나와 동생은 집안 일을 해도 기쁜 마음으로 했고 엄마와 아기용품도 사러다녔다.97년 5월23일 아침, 엄마는 배가 조금씩 아프다고 했다. 아기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니 기쁘기도 했지만 엄마를 혼자 두고 학교에 가자니 걱정이 앞섰다. 수업시간 중에 학교로 전화가 왔다. 수술을 해야하는데 보호자 전화번호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때 아빠 회사 사람들은 모두 야유회를 가서 회사에 아무도 없었다. 눈앞이 정말 캄캄했다.

수업도 듣는둥마는둥 하고 선생님의 허락을 받아 집으로 갔다. 아빠를 계속 호출했지만 끝내 연락이 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다시 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업이 끝나고 동생과 함께 산부인과로 가보니 엄마는 분만대기실에 누워계셨다. 작은 엄마가 엄마 뱃속에서 아기가 죽었다고 하셨다. 갑자기 울컥했다.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고 엄마에게로 갔는데 엄마 눈이 부어있고 눈가에도 눈물이 고여있는 것을 보았다.

그 후에 엄마를 큰 병원으로 옮겼는데 예약이 안돼 의자에서 잠을 자야했다. 죽은 아기를 배에 넣고 찬 의자에서…. 그 다음날 엄마는 수술을 하고 입원을 하셨다. 너무 슬펐다. 안타깝기도 하고…. 병원에 계시다가 며칠만에 오셨을 때 아빠는 수염이 잔뜩 길어진 채로 오셨다.

아기는 수술해 꺼내서 화장을 시켰다고 나중에 들었다. 뱃속에서 자기의 배설물을 먹었는데 식도가 아닌 기도로 넘어가서 죽었다고 했다. 남자아기였고.

우리 엄마는 지금도 아기만 보면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신다. 오늘도 엄마가 지나가는 아기를 보고 귀엽다면서 안아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또 중학생인 내동생에게 『작아져라』라고 외치면서 장난을 하시는데 그때마다 너무 안타까울 뿐이다. 그 이후 내 성격이 많이 변한 것 같다. 말수도 적어지고 활동적이지 못하고….

누구나 다 슬픔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슬픔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자신에게 달려있는 것 같다. 남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 나에게는 일생일대의 슬픈 일이 될 수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에게는 정말로 슬픈 일이 나에게는 별일 아닌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우리 모두에게 슬픈 일이 적었으면 한다. 아니 슬프다고 생각하는 일이.

/박청·서울 경복여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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