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마지막 성탄절을 맞이하는 종교계의 움직임이 어느때보다 활발하다. 특히 올해 성탄절은 개신교·천주교만의 행사가 아니라 교계를 초월해 새로운 천년을 맞는 축하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불교 조계종은 23일 오후3시 서울 조계사 앞 우정국로에 성탄을 축하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경축, 예수님의 탄신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아기예수와 아기부처 캐릭터가 악수하는 그림이 그려진 플래카드는 내년 1월3일까지 걸리게 된다.
조계종은 또 안국동- 종각 도로 양편에 오색연등을 달아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킬 방침이다. 개별 사찰이 성탄절 축하 플래카드를 선보인 적은 있었지만 종단 차원에서 플래카드를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신교 각 교단과 천주교 교구는 성탄예배를 비롯해 음악회, 거리행진, 복지시설 방문등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IMF 한파가 닥쳤던 97·98년에는 조용하고 내실있는 행사가 중심을 이뤘으나 올해는 새로운 천년을 맞는만큼 어느해보다 고양된 분위기 속에 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개신교계는 25일 불교계의 부처님 오신날 제등행렬처럼 서울 도심에서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행진을 벌인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25일 오후1시30분 서울시청앞을 출발, 종로를 거쳐 대학로까지 「99성탄, 새천년맞이 거리 퍼레이드」를 펼치는데 이어 오후3시부터 대학로 특설무대에서 「경배와 찬양 큰잔치」를 연다.
대형 십자가기를 앞세운 행렬은 고적대를 선두로 얼음조각, 무용단, 합창단, 산타클로스, 민속의상팀, 핸드벨 연주팀, 눈썰매, 탈 인형팀, 브라스밴드 등이 뒤따르고 아기예수와 마리아, 골고다 십자가 행진, 모세의 기적 등 성서에 나오는 장면들이 연출된다.
천주교는 24일 자정 성탄미사에 이어 25일 정오에 각 교구별로 2000년 대희년(大禧年)의 시작을 선포한다. 희년은 50년마다 빚을 탕감하고 노예를 풀어주는 구약시대 전통에서 비롯된 것으로 로마교황청은 24일 자정 성탄 대축일부터 2001년 1월 7일 공현 대축일까지를 대희년으로 정했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鄭鎭奭) 대주교는 성탄 메시지를 발표, 『소외된 사람들의 고통에 눈감는 것은 2000년 전 가난한 인간으로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을 외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가정과 사회 안에서 소외되고 버림받은 이들을 끌어안는 동시에 북한에 있는 형제 자매들에게도 대희년의 은총이 함께 할 수 있도록 기도와 함께 사랑을 나누자』고 당부했다.
한편 25일 오후3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가톨릭·개신교 연합과 일치를 위한 성탄 축하 음악회」가 열린다.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평신도위원회로 각각 대변되는 가톨릭과 개신교가 성탄절을 맞아 공동으로 개최하는 첫 음악회다.
테너 강무림, 메조소프라노 장현주, 소프라노 박정원, 바리톤 박경준 등 성악가들과 대규모 연합성가대가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서곡과 모차르트의 「기뻐하고 또 기뻐하라」, 「오! 거룩한 밤」등을 들려준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