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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기자의 영화산책] 영화진흥금고 서로 차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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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기자의 영화산책] 영화진흥금고 서로 차지하기

입력
1999.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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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가 21일 한국영화산업 진흥정책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좁게는 영화진흥금고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회였다. 정부가 조성할 영화진흥금고는 올해 이월금까지 합치면 그 규모가 1,800억원이나 된다. 위원 선정을 둘러싼 잡음, 갈등, 사퇴파동, 급기야 두번째 위원장인 박종국씨의 사표로 위원 7명이 공석이 된 영화진흥위원회. 보다 못한 문화관광부가 22일 그 대책을 발표한 것도 알고 보면 모두 이 「돈」때문이었다.이날 공청회 역시 그런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났다. 곽정환 서울시극장협회장은 물건 담보융자를 주장했고, 임원식 영화감독협회장은 판권담보를, 김혜준 영진위 영화정책연구원 실장은 영상전문투자조합을 통한 제작지원방안을 제안했다. 물건 담보의 주장 근거는 기금의 손실방지. 정부의 마지막 선물인 만큼 손실되거나, 회수 불투명한 판권 담보나 투자조합은 안된다는 것이다. 철저히 있는 사람(기득권자)만을 위한 논리.

반면 판권담보 융자는 재능과 아이디어가 있으나 제작비가 없는 중소제작사를 위한 최선의 제도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2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해본 결과는 「엉망」이었다. 18편에 47억원을 지원했으나, 회수된 금액은 겨우 6억원. 그나마 「노랑머리」만 전액(3억원)일 뿐, 나머지는 몇 백만원에서 몇 천만원의 푼돈이었다. 1년이 넘도록 제작조차 시작하지 않은 작품도 있다.

그 원인으로 임원식 회장은 작품선정에 실패했고, 3억원은 제작에 도움이 안된다는 점을 꼽았다. 때문에 2억~7억원으로 차등 지원하고, 지원대상 자격기준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꼭 흥행의 잣대만으로 제작지원을 결정하면 영화제에 나가서 상받는 예술영화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는 얘기도 했다.

영상전문투자조합은 금고를 기반으로 영화자본을 늘려 영화제작을 활성화하자는 것. 정보통신부의 정보통신 투자조합, 문화관광부가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출자한 관광전문투자조합을 예로 들었다. 금융전문가에게 자산관리를, 영화인은 기획 제작을 전담하는 전문성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안을 추진했던 문성근씨는 『이럴 경우 흥행만을 고려하는 창투사의 작품선정도 막을 수 있다』고까지 강조했다.

양보는 없다. 각자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금고를 운영하자는 주장 뿐이다. 『어느 제도도 일방적으로 나쁘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결국은 세가지를 병행하되 어떻게 보완하고 배분하느냐가 문제』라는 게 조희문 영화진흥위 부위원장의 설명이다. 누가 더 많이 차지할까로 영화인들이 또 한번 몸살을 앓을 모양이다. 잘난 집안은 돈이 복이 되고, 못난 집안은 화가 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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