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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이너만 있고 가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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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이너만 있고 가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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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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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큼 대중가요가 우리 문화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았던 적이 있을까. 「팬클럽」이 10대들의 유일한 취미 수단이 되다시피하면서 가요계는 스타를 향한 팬클럽의 사랑으로 뜨겁게 달구어졌다.그러나 우리 가요계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엔터테이너는 있었으나 가수는 없는」 극단적 상업주의로 흐른 한 해였다.

일단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됐다. 11월말 공식집계 181만7,000장, 12월을 합치면 200만장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조성모의 「슬픈 영혼식」 과 H.O.T의 「투지」 (135만)가 100만장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다.

지난해 100만장 이상 음반은 5개. 50만장을 넘긴 음반은 유승준의 「열정」(81만), S.E.S의 「러브」 (65만), 핑클 「영원한 사랑」(60만), 김현정 「실루엣」(57만), 엄정화의 「몰라」(54만), 이승환 「세가지 소원」(53만) 등 5개에 불과했다.

S.E.S 핑클 엄정화 김현정 등 여성가수의 약진과 기획의 성공으로 꼽히는 4개 댄스그룹의 약진은 올해 가요계가 댄스곡과 화려한 볼거리 중심으로 흘렀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음반의 성공 여부는 완성도가 아니라 열성적 10대 팬클럽을 얼마나 확보했느냐에 달려 있는 게 우리 가요계의 현실.

반면 30대 전후 가수들과 신인들의 음반 판매는 극히 저조해 명암이 크게 엇갈렸다. 박상민 박미경 이현우 안치환 등은 음반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흥행에 참패했다.

가요 팬들이 다양한 음악을 즐기기보다는 「떼거리」 소비 분위기가 팽배해졌다는 얘기다.

조성모식 뮤직비디오 전술을 차용하는 예도 크게 늘어났다. 올해 제작된 뮤직비디오는 대략 500편 정도. 스타급 배우를 캐스팅, 제작비가 1억원이 넘는 뮤직비디오가 늘었다.

최진영은 뮤직비디오만으로 활동하는 「SKY」프로젝트라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선보이기도 했다.

조PD의 정통 스타일 힙합, 이정현의 「와」에서 보여준 테크노는 비교적 성공한 새 스타일의 음악. 음반시장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크라잉 너트, 델리 스파이스 등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펑크와 모던 록이라는 새로운 스타일로 언더그라운드 밴드 문화에 대한 호감도를 크게 높였다.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의 싱글앨범도 새로운 가요 소비 문화를 이끌려는 노력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올해 음악 소비 방식의 가장 큰 특징은 MP3 시장이 구체적으로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는 점. MP3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각 이익단체와 인터넷 기업의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것도 MP3가 다음세기 기존음반시장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에 기초한다.

전문가가 뽑은 올해 베스트 음반

▩강헌(대중음악 평론가) 올해 한국 대중음악계는 지옥과도 같았다. 조PD 1집 「이야기 속으로」는 눈여겨볼 만하다.

음악적 완성도는 별개로 치더라도 가사는 젊은 음악의 의무인 비판성을 지녔고, MP3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대중과 가까워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 신해철의 「모노크롬」은 테크노와 국악의 믹스가 상당히 진전된 완성도 높은 곡이다.

대중적 감각은 떨어지지만 음악적 시도가 값지다. 윤도현밴드의 한국록 다시 부르기도 한국록의 계보를 잘 세우고 정리했다.

▩송기철(대중음악 평론가) 언더그룹 「힙포켓」의 첫 음반은 올해 뿐 아니라 90년대 나온 가장 완성도 높은 음반이라 할 수 있다.

하드코어 밴드로 펑크에 랩, 댄스까지 가미한 이들 3인조 그룹의 연주는 완벽에 가깝다. 「비닐」은 R&B와 재즈를 통해 록 중심의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박해선(KBS PD)

「밀레니엄 캐롤」은 이맘때면 흔히 나오는 일회성 상품이 아니라 상당히 기획력이 돋보이는 음반.

김장훈의 「슬픈 선물」은 댄스 홍수 속에서도 제자리를 꿋꿋히 지키고 있는 대견한 발라드 음반이다.

가수의 가창력도 이전보다 탄탄해졌고, 무엇보다 발라드의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살 만하다.

▩한용길(CBS PD)

강산에의 「하루 아침」. DJ 달파란의 테크노와 우리 포크가 결합돼 옛 노래지만 모던한 느낌을 살려냈다. 포크 멜로디의 정겨움과 테크노의 리듬이 잘 조화됐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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